32화 : 변덕쟁이 날씨
어제까지만 해도 완벽하다고 믿었던 문장이, 오늘 아침에는 견딜 수 없이 얄팍해 보일 때가 있다.
새벽 내내 공들여 쌓아 올린 주인공의 성격을 하루아침에 뒤바꾸고, 며칠을 고민해 만든 세계관의 한 축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일.
누군가는 이를 무책임한 갈팡질팡이라 부를지 모르나, 나는 이를 ‘소설가의 변덕’이라 명명한다. 이 변덕은 결코 가벼운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활자 너머에 존재하는 궁극의 지향점, 그 아득한 문학의 정점에 닿으려는 지독한 강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머리로 치밀하게 직조해 낸 플롯을 가슴이 거부할 때, 혹은 감정에 취해 쏟아낸 문장들이 서늘한 이성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할 때 변덕은 싹을 틔운다.
내 안의 이성과 감성이 날카롭게 충돌하는 그 순간, 소설가는 기꺼이 자신의 세계를 부수는 폭군이 되어야만 한다. 더 나은 문장, 더 깊은 심연을 파헤치기 위해 스스로 구축한 안전지대를 허무는 것이다.
때로는 이 변덕이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모니터 불빛 앞에서, 턱없이 높은 이상과 비루한 현실의 간극을 마주할 때면 지독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숱한 변덕과 파괴의 과정 없이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오늘도 나는 모니터 앞에서 수십 번 마음을 바꾼다. 이 변덕의 끝에, 기어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활자의 무게를 벼려낼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