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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영강 Aug 25. 2024

출발

“드디어.”


기성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이 끓길 기다리는 사이, 기성은 냉장고 안을 살폈다. 달걀 서너 개와 생수통, 그리고 신줏단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단지 하나. 기성은 손을 뻗은 뒤, 단지의 양 볼을 손가락으로 붙잡아 그를 끄집어냈다. 커피포트의 물이 부글부글 소리를 냈다. 기성은 포트를 기울여 물을 단지에 천천히 따랐다. 그리고 그를 단번에 마셨다. 기성은 다시 바닥 위로 등을 눕혔다. 짧게 유지될 포만감. 기성은 그를 헛되이 할 수 없었기에, 재빨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디를 갈 때면 항상 짊어지던 빨간색의 배낭, 기성은 그부터 찾아 나섰다. 기성은 안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에 들어선 기성은 장롱의 양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여름에 쓴 것으로 보이는 얇은 이불과 베갯잇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기성은 이불의 틈 사이로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안쪽을 뒤적였다.


“여기 없으면 있을 곳이 없는데.”


투덜거림을 내뱉던 기성의 고개가 불쑥 위로 치솟았다. 기성의 눈이 장롱과 천장 사이에 멈춰 섰다.


“저걸 왜 생각 못 했지.”


기성은 등을 돌려 눈을 흘긴 다음, 한달음에 책상 의자를 돌돌 밀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성은 책상 의자의 등받이를 장롱 쪽으로 돌려 문짝에 바짝 붙였다. 의자를 딛고 올라서니, 언제부터 쌓였을지 모를 먼지들이 인사를 건넸다. 평소의 기성이었다면 그를 본 즉시 꺼내기를 포기하였을 테지만, 진작에 그의 마음이 바다로 떠나 버린 후였기에, 지금의 기성에겐 바닥과 자신을 향해 떨어질 먼지들은 뒷전의 일이었다. 기성은 손을 뻗어 캐리어 위의 신문을 슬쩍 눌러보았다. 기성의 손길에 화답하듯, 먼지들은 그해의 첫눈 같은 잔망스러움을 뽐내 왔다. 그를 본 기성은 자신도 모르게 캐리어에 달린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결과는 뻔했다. 앞은 물론, 뒤에 겹겹이 쌓인 먼지들까지 모두 기성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콜록, 콜록.”


기성이 기침하자, 아래로 떨어지던 먼지들이 트램펄린에 뛰노는 아이처럼 다시금 공중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기성은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의자의 주변으로 까맣게 때 탄 먼지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오히려 깨끗한 자리를 찾는 것이 빨라 보였다. 주변을 둘러본 기성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털었다. 그리고 기성은 장롱 위에 걸치다시피 삐져나와 있는 캐리어로 다시 팔을 내밀었다. 캐리어의 손잡이에 손을 건 기성은 자신의 가슴팍으로 천천히 캐리어를 당겼다. 작업은 차분하게 이루어졌고, 이번에는 처음과 같은 먼지바람이 일지 않았다. 품에 안은 캐리어를 바닥에 내려놓은 기성은 가방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쓸 만하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기성은 방문 입구로 물러나, 먼지 더미의 중앙에 서 있는 캐리어를 보며 말했다.


“이거 그냥 여기서 끝장을 봐야겠다.”


기성은 조심조심 발을 옮겼다. 휘청거리며 캐리어를 잡은 기성은 군데군데 붙어 있는 먼지 뭉텅이들을 손으로 힘껏 쳐냈다. 바닥과 캐리어 손잡이의 이음새에 촘촘히 박혀 있는 희뿌연 것들을 제외하면 신문이 덮고 있던 몸통 부분은 비교적 깨끗해졌다. 캐리어를 두들기던 기성은 이만하면 되었다는 표정으로 캐리어를 가슴에 품고서 방을 빠져나왔다. 그의 눈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2평 남짓한 베란다였다. 베란다의 빨래터엔 아직 마르지 않은 축축한 옷들이 걸려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것들을 제하면 마땅한 겨울옷이 없는 기성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곳에서 옷들을 추려야 했다. 기성은 빨래터에 매달린 옷들을 하나씩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도착했을 때쯤엔 말라 있지 않을까?”


그 말과 함께 간택전이 막을 올렸다. 말이 좋아 간택전이지, 실상은 물이 떨어지지 않는 옷을 찾는 것이었지만. 그렇게 기성이 괜찮다 싶은 옷들을 팔에 올리며 한 바퀴를 빙 돌자, 빨래터는 금세 휑해졌고, 형형색색의 빨래집게만이 남겨져 빈자리서 대롱거렸다. 물기가 있는 옷들이 가방에 들어가며 주름이 깊게 파였지만, 기성은 딱히 괘념치 않았다.


“오케이.”


감색의 면바지, 빨간색 니트, 그 위로 밤색의 무스탕. 기성이 널브러져 있는 옷들을 주섬주섬 주워 들며 말했다. 늘 하던 순서대로 천천히 옷을 입은 기성은 집안 곳곳에 켜진 조명과 불필요한 콘센트의 전원을 꺼뜨렸다. 그리고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발을 끝으로 외출 준비를 마친 기성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화면을 확인했다. 기성에겐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가득 채워 집을 나서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은 쉽게 불안에 빠지는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장치였다. 기성은 현관문을 열기 전, 빠뜨린 게 없는지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곱씹어 본 결과,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것이 결론. 기성은 문을 열고 첫발을 내디뎠다. 문을 닫고 뒤돌아선 기성에게로 차디찬 새벽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나오기가 무섭게 기성은 고개를 들어 무스탕의 옷깃을 턱의 앞부분까지 끌어올렸다. 불이 있는 도로로 나가는 골목길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 연신 깜빡대는 가로등, 거기에 있는 불빛만이 골목길에 존재하는 온기의 전부였고, 그마저도 밝음이 희박했다. 내려지는 걸음걸음. 얼마 되지 않아, 기성의 앞으로 트인 도롯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분 탓인가?’


도로변을 쓱 훑어본 기성이 고개를 기웃거리며 생각했다. 기성은 자신이 보고 있는 방향의 도로변이 유독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건너편의 차도엔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기성은 속으로 읊조렸다.


‘콜을 부르고 나올 걸 그랬나.’


머릿속의 그러한 생각은 머지않아 불안으로 탈바꿈하여 기성의 마음을 엄습했다. 평소와 같이 숫자 세기였다. 습관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한번 만들어 낸 습관을 육체에서 지우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기성이 덮으려고 하면 할수록, 생각과 그에 딸린 불안은 더욱 눅진한 상태가 되어 그의 마음에 기어올랐다. 인도 위에 홀로 서 있는 기성의 겉모습은 차를 기다리는 행인일 뿐이었지만, 속은 아니었다.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신경 신호들과 맞서느라 누구보다 바빴다. 그 같은 상태로 도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길 십여 분, 등이 다시 빨간불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꽤 많은 차량이 신호에 멈춰 서 있었다. 줄지어 선 차들을 본 기성은 기도했다. 택시를 탈 수 있기를, 불안을 멈출 수 있기를. 기성은 신의 존재는 믿지 않았지만, 기도를 할 땐 나름대로 하늘을 쳐다보며 그때의 바람을 띄워 보냈다. 기도가 끝난 직후,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다.


“택시가 보여야 하는데…”


기성은 작게 말했다. 그리고 기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가까워지고 있는 차량 하나가 도로 위에서 홀로 주황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택시였다. 기성은 앞뒤 재지도 않고 곧장 손을 흔들었다. 주황빛은 세우지 않을 것처럼 도로를 달려오다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기성의 앞에 멈춰 섰다. 그 형체가 뚜렷해지자, 기성은 안도감에 기뻐했다.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갔다. 그리고 금테 안경을 두른 기사가 나타났다. 칠십은 넘은 얼굴이었다.


“택시 잡습니까?”


핸들에 얹힌 가냘픈 손목만큼이나 가벼운 목소리였다.


“아, 예. 제가 짐이 좀 있어서 그런데, 트렁크 문 좀 열어 주시겠습니까?”


기성은 기사와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그럼요, 그럼요. 짐이 많아요? 도와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기성은 사양을 표한 후, 홀로 트렁크에 짐들을 실었다. 공경? 아니. 아마 챙겨 나온 짐의 양이 많았었더라도, 기성은 거절했을 것이다. 트렁크를 닫은 기성은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기사가 뒤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서울역으로 가 주세요.”


기성은 몸을 자리에 기대어 누웠다. 그를 본 노년의 기사가 백미러로 기성을 힐끔대며 텅 빈 입을 벌리고 오므리기를 반복하며 우물거렸는데, 누가 봐도 말을 걸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택시가 빨간불에 멈춰 섰다. 기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노련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어디 출장이라도 가십니까?”


“아뇨.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서 나서던 참입니다.”


“어우- 부럽네요. 저 같은 도급 기사는 그런 시간 갖는 게 참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바다를 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군요.”


“하하…”


기성은 웃음으로 메꿨다. 할 말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상대의 상황에 공감해야 하는 것도 기성은 귀찮게만 느껴졌다. 역까지의 도착은 금방이었다. 기성이 출입문을 열자, 두꺼운 문 너머에 갇혀 있던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데워진 바람의 온기를 만끽하며 기성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2층 벽에는 열차 시간을 알려 주는 전광판이 붙어 있었는데, 출입문 4개를 이어 붙인 것과 같이 실로 판의 면적이 넓었다. 기성은 고개를 들어 열차의 출발시간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매표소로 발길을 이끌었다. 역의 내부는 갈림길 없이 뱀과 같은 구조를 띠고 있었다. 때문에, 결대로 따라 걸으면 헤매는 일 없이 목적지에 쉽게 다다를 수 있었다. 커다란 TV가 놓인 드넓은 광장은 휑했다. 반대로 군데군데 비치된 간이의자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기엔 그들은 누추하였고, 하룻밤을 쉬어 가는 사람들이라기엔 그들 개개인은 너무도 익숙한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기성에게로 의자 낭인 중 한 명이 슬그머니 접근해 고개를 숙여 왔다. 그 사람은 미소를 보일 뿐, 말은 하지 않았다.


“꺼져요.”


기성은 말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말을 뱉었다.


“그렇게 살 바엔 한강에 뛰어드는 게 낫지 않아요?”


기성이 내뱉은 말이 조용한 광장을 울림통 삼아 그 몸집이 금세 커져 버렸다. 커다란 소리에 낭인은 놀란 얼굴을 띠며 휘둥그런 눈으로 주위를 살펴봤지만, 달라지는 상황은 없었다. 기성은 괜히 한 번 혀를 찬 다음, 자리를 벗어났다. 매표소엔 직원 한 명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성은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을 보며 계속해서 걸어갔다.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게 꼬아 놓은 대기 선상을 거쳐, 창구 직원의 코앞 무렵까지 기성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표를 받아 든 뒤에는 단출한 콧노래가 함께였다. 기성에게는 어두컴컴한 밤 열차를 향한 로망이 있었다. 딱히 낭만에 죽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의 수많은 조명이 지나가는 모습을 유유히 관망하는 것. 그게 로망의 전부였다. 기성은 열차표를 왼손에 꼭 움켜쥐고서 전광판을 쳐다보았다. 시간이 4시 32분을 지나가고 있었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곳은 매표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걸어온 길을 다시 내밟으니,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나타났다. 에스컬레이터 한 대가 운행 중이었다. 기성은 아래가 아득히 보이는 계단을 그대로 지나쳐 에스컬레이터 위에 몸과 짐을 차례로 실었다. 중간 지점이 지나자, 철로를 비추는 조명탑들이 하나둘 기성의 눈을 비춰 오기 시작했다. 왼쪽 철로 위로 이미 도착해 있는 열차 한 대가 있었다. 서 있는 열차를 본 기성은 표를 눈앞으로 가져와, 자신이 오를 곳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벤치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기 있는 사람들은 나랑 비슷한 부류일까?”


우물 정자 형태를 한 네모반듯한 벤치였는데, 하나의 면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면으로 사람들이 등을 기대고 있었다. 당장에 쓰러질 듯한 낯빛과 함께 서류 가방을 들고 서 있는 세일즈맨, 잔뜩 헝클린 머리와 함께 담배 연기를 대차게 뿜어내는 술집 여자, 말을 붙였다간 욕 한 바가지 얻어맞기 딱 좋을 것 같이 생긴 입 삐뚠 노인까지. 기성은 그들에 어우러지지 않고서 열차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기성은 머릿속으로 상상화 한 편을 그렸다. 종종 하곤 하는 일이었다. 통로 입구에 서서 기성은 가만히 떠오르는 생각에 집중했다. 매표소 직원이 세월이 흘러, 미숙한 신참 티를 벗고 베테랑으로 성장했다는 설정. 능글맞게 변해 있는 그녀의 눈빛이 바뀐 인간상을 증명해 주듯 동그랗게 뜨여 있다. 기성은 서둘러 다음 장면을 이었다. 퇴근을 갈망하며, 기지개를 켜던 직원이 손님이 다가오자, 자세를 잡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예매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원이 표를 건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또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로 표를 구매하기 위해 다가왔다.


“통로 자리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고객의 대답을 들은 직원이 그의 자리를 골라 주기 위해 스크린에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조금 전에 표를 사 간 사람의 자리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직원의 눈에 들어왔고, 그를 본 직원은 다급히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기 자신이 뒤이어 무슨 일을 벌이게 될지, 단박에 깨우쳐 버린 것이다. 직원에겐 일말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표가 나오고, 직원은 손님을 향해 표를 내밀었다. 그것이 직원이 생판 남인 두 사람의 자리를 붙이기 시작한 발화점이자, 그녀가 일터에서 스스로 찾게 된 첫 번째 쾌락이었다. 여자는 그 후로도 홀로 온 사람들의 자리를 차례차례 쌓아 올렸다. 그녀에게 표를 받아 간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옆자리의 누군가와 동승하는 처지가 되었고, 그들 모두의 첫 반응은 다들 하나같이 엇비슷했다.


‘뭐지?’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내 옆이야? 빌어먹을.’


‘다른 데로 옮겨 앉을까?’


여기까지가 FM이었다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엔 그들 개개인의 성향이 영향을 끼쳤다. 곧장 다른 곳으로 자신의 자리를 옮겨 버리는 사람, 중앙의 팔걸이부터 선점하고 보는 사람,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을 꺼뜨리고서 자리에 앉아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 억지로 맞춰 놓은 상황 속, 그들은 본연의 색대로 뿔뿔이 모습을 흩쳐 나갔고, 기성은 그들 하나하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꼼꼼히 그를 감상했다. 여행을 엎지르는 것도, 열차에서 몸을 물리는 것도, 이젠 그 모두를 되돌릴 수 없단 걸 말해 주듯 역사의 붉은 불빛은 창을 꿰뚫고 들어와 기성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떨림을 일으켰다. 기성은 눈을 깜빡였다. 1분여의 망상이 깨진 것은 뒤에서 등을 밀어 오는 술집 여자의 손길이었다. 기성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자, 주머니 속에서 표를 빼내었다. 열차표는 종이접기에 능숙한 사람이 했다고 보일 만큼 반듯한 형태로 정확히 반이 접혀 있었다. 표를 확인한 기성은 말했다.


“C6.”


확인을 마친 기성은 펼친 표를 다시 반으로 접어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기성은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옆에 사람이 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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