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에 루체른에 오면 어머, 여긴 가야 해.

Old swiss house는 삼원가든

by 스위스 아주미


두둥. 12월이 되었다. 뮤지션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달. 업계에서는 대목이라 부르는 달.

기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워가며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는 와중에 아이들 크리스마스 행사까지 참여하다 보면 12월은 언제나 허덕이다 훅 지나가는 기분이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남편과 나 둘 다 오전 시간이 비어서 크리스마스 츄리를 장식했다. 매년 츄리를 장식할 때면 Frank Sinatra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에 맞춰 풀풀 뛰며 춤을 추는 라헬과 아멜리 듀오가 생산하는 먼지를 마시며 장식품 하나하나 꺼내 그땐 그랬지 추억에 젖는 재미가 있다.


여행을 할 때 내가 꼭 기념으로 사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크리스마스 츄리 장식이다. 하나하나 여행지에서 사모은 장식들을 연말에 츄리 장식할 때 꺼내 걸면 한낱 나무에 지나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츄리에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뭘 좀 아는 나무가 된다. 올해도 오나먼트 하나하나 꺼내 들고,


이거 파리에서 엄마, 아빠랑 에펠탑 앞에서 샀던 건데, 그때 옆에 불 들어오는 조잡하고 현란한 것도 있었는데.. 그것도 살걸! 이건 베니스에서 아멜리가 고른 무라노 글라쓰 산타. 저건 라헬이 어렸을 때 종이 접기로 만든 천사. 시어머니가 주신 폴란드 짚으로 만든 천사도 아직 건재하군. 오마이, 프랑스 작은 마을에서 샀었던 저 알자스 지방 집 장식 두 개 샀는데 아멜리가 하나 깨 먹었었지. 그래서 그때 차 안에서 울고 불고 빌고.. 아오


그래서 또 하나 사 오는 거 뭔데? 궁금하신 소비요정님들 손 떨릴까 봐 얼른 말씀드리자면.... 바로 향수!

여행 첫날 맘에 드는 향수를 사서 여행 내내 뿌리고 다니면 그 향은 나에게 특정 나라, 도시를 생각나게 하는 향으로 남는다. 그 나라에서 생산한 니쉬 향수이면 더더욱 좋다. 집에 돌아와 시간이 지나도 그 향수를 뿌리면 나는 다시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가 그날의 기분, 온도, 손에 잡힐 듯한 습도...ㅎㅎ 느낄 수 있다. 해보시라.

우리의 추억을 이고지고 있는 소나무야, 소나무야 수고가 많다.

유럽은 해가 긴 여름이 좋지만, 스위스 겨울 스키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이라면 이왕이면 12월에 오셔서 유럽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도시마다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오돌돌 떨며 따뜻한 글뤼봐인(Glühwein)으로 몸도 녹이고 정신도 알딸딸해지는 산뜻한 경험도 할 수 있고, 눈 내리는 겨울에 야외에서 맛보는 퐁듀의 추억도 생길 수 있다. 퐁듀는 원래 추운 겨울에 가난한 농가에서 먹을 양식이 없어서 먹었던 음식으로 더운 여름날 관광객들이 야외에서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스위스인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며 질색한다.


그럼, 이쯤에서 겨울에 가면 좋은 루체른의 식당 두 곳을 소개하겠다. 파도파도 나오는 루체른 맛집!


https://www.seehotel-kastanienbaum.ch/winterzauber/

이곳은 루체른 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 Kastanienbaum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으로 겨울마다 퐁듀 헛(Hut, 독일어로는 Hütte) 작은 오두막을 지어서 야외에서 불 피우고 오들오들 떨어가며 퐁듀를 먹는 곳이다. 나는 해마다 우아한 그녀씨와 함께 가는데(그녀와의 에피소드는 이곳에: https://brunch.co.kr/@swissajumi/43), 갈 때마다 이게 스위스 겨울 맛이지.. 과다 갬성 호르몬 소지자(저요)에게 적격인 곳이다.


해가 지면 모닥불을 피워서 나무꼬챙이에 빵 반죽을 구워 먹게도 해주고, 지역 특산 햄, 살라미, 치즈 안주에 와인도 한잔.. 이곳에 다녀오면 스위스 퐁듀 체험은 그냥 끝. 미련 없이 깔끔하게 마침표 찍게 해주는 곳이다.

예약 필수! 예약 시 꼭 실외의 Fondue Hut으로 해달라고 말해야 한다. 아니면 식당 내 홀로 예약되어 그 맛이 안 난다. 밑줄 쫙!

사진출처: Kastanienbaum Hotel Homepage, 퐁듀 헛 안에서 따뜻한 불을 피우면 금방 따뜻해진다.


두 번째 식당은 최근에 처음 가본 Old swiss house이다. 이곳은 왠지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으로 인식되어 기피했던 곳인데 우아한 그녀가 추천해서 갔다가 편협한 생각을 한 어리석은 나 자신을 꾸짖었던 곳이다.

왜 관광객이 많다고 별로라고 생각했을까! 삼원가든도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맛있지 않은가!

https://www.oldswisshouse.ch

우리가 갔을 때는 관광객도 있었지만 현지인도 반정도 있었다. 일단 식당 상호명처럼 식당 건물 자체가 볼거리이다. 스위스 전통집 샬레의 모양으로 실내도 오래된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보존되어 있다.


식당 내에 있는 이 집을 방문한 이들 리스트에는 여러 나라의 대통령부터 할리우드 배우들, 나는 뉴규인지 모르지만 유명인인가 보다 하는 이들.. 역사도 오래되어 보이는 사진들이 주르르 있고 종업원들의 노련함(슈니첼 요리 과정을 보며 환호하는 나에게 후훗, 얼른 비디오 안 찍고 뭐 하냐 하셨다)에서 맛집의 포쓰가 느껴진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슈니첼인데, 테이블 앞에서 서버가 직접 고기에 반죽 입히고 한 땀 한 땀 빵가루에 묻혀서 버터에 튀겨준다. 들어가는 버터의 양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허걱! 했다가 그 고소한 향과 한 입 먹었을 때의 풍미에 저절로 박수가 나왔다. 20년 유럽 생활 통틀어 가히 최고의 슈니첼을 맛보았다.


배가 많이 부른 와중에 어머, 디저트도 맛봐야겠다 싶어 쵸코렛 무쓰를 시키면 아까 그 서버가 디저트 수레를 도르르 끌고 나와 무쓰를 또 정성스레 한 땀 한 땀 모아 접시에 담아 준다. 4인가족이 하나 시켜 나눠먹어도 충분한 양과 칼로리이다. 쵸코렛 무쓰가 쫜득하니 혀에 들러붙을 때쯤 옆에 있던 생크림이 나야, 하며 매듭을 풀어준다. 아, 추운 이 계절에 찐득하니 정말 맛있는 디저트다.


우리가 앉은자리 옆에 와인병들을 모아놓은 장이 있었는데, 그 유명하다는 Château Mouton Rothschild 병들이 빈티지순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와인병마다 밑에 유명인 이름이 있길래 이게 뭐냐 물었더니, 그 해에 그 와인 에티켓을 디자인한 이들이란다. 그중에는 무려 피카소, 앤디 워홀 등등이 있었다. 언젠가 노후 준비 다 해 놓은 특별한 날에 무통 로쉴드 한번 마셔보고 싶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이 식당에 가시는 이들 대신 마셔봐 주세요!


마지막으로 바빠서 이만 하기 전에,

유럽인들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꼭 지키는 식사 매너: 음식이 입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입술을 본드로 붙인 듯 절대로 벌리지 않고 씹기. 이것 하나만은 주의하면서 식사하시면 유럽 식당에서 받는 대우가 달라질 터이니 저 이 사람 믿어보시라고 외치며 난 진짜로 바빠서 이만!

본인은 이미 팔린 얼굴이라 사진 찍어 올리라던 우리 테이블 담당 서버와 뭔가 아련한 첫사랑같은 무통 로쉴드 와인병들과 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