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중 우연히 발견한 조그마한 개미 한 마리
현재 미국에서 나는 기숙사에서 새로 이사 온 집의 위치가 운명인 것인지(?) 집 바로 코 앞 3분 거리에 요가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Drop-in (예약하지 않고 바로 요가원 방문하여 그 자리에서 듣는 클래스) 클래스 하나를 수강한 뒤 그 뒤로 한 달 수강권을 끊어 다니고 있다.
내가 기본적으로 그동안 수련했던 빈야사 요가 수련인 데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뜨거운 온도에서 하는 핫요가 수련이 합쳐진 스타일이란 점이 좋았다. 그리고 요가 지도자 분의 섬세한 티칭과 핸즈온이 그 전문성을 더해주는 느낌이라 망설이지도 않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요가원 내부엔 기본적으로 식물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간혹 개미 한 마리 정도가 바닥에 기어 다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신없이 땀을 흘리며 수련을 하는데 갑자기 그날따라 연한 색 요가원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조그마한 개미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한 마리가 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고요했던 나의 마음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이 개미가 내 매트 위로 올라오면 어떡하나.'
'내가 마무리 동작 할 때 움직이지 않을 때 내 몸 위로 올라오면 어쩌지.'
당혹스러운 감정과 나한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한데 뒤엉켜 오로지 나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고요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가 한 동작 한 동작할 때마다 그 개미 한 마리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듯, 내 매트 위 근처를 연신 오르락내리락했고 줄타기를 하듯, 계속 내 매트 주위를 맴맴 돌았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과감히 그 개미 한 마리를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내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그런 개미 한 마리에 의식하지 않았고 그 넓은 공간 속에서 오직 나만이 그 조그마한 존재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래. 올라오면 올라오라지.'
그리고 쿨다운 피니싱 포즈를 할 때, 부동의 자세로 몇 분 동안 유지를 해야 할 때에도 나는 일부러 그 개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그 개미는 홀연히 사라져 있었다.
그날 수련 이후로 나는 문득 그 개미 한 마리가 무의식적으로 생각나곤 한다.
그 넓은 요가원 바닥에서 정말 너무나도 작은 개미 한 마리가 내 눈에 들어오고, 내 의식 속에 들어오는 순간, 그 조그마한 개미는 더 이상 내게 '조그만'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그 요가원 속에서 누구보다 큰 존재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게 인식한 건 오직 나뿐이었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내게 집중하고 요가원 넓은 바닥만을 응시하였더니 그 개미의 존재는 다시 조그마해지면서 이내 사라졌다.
이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고민들. 걱정들. 사소한 생각들. 모두 우리의 넓은 내면과 마음에 비하면 이 조그마한 개미 한 마리에 불과할 터인데.
우리가 그것을 응시하고 인식하는 순간, 그 개미 한 마리는 순식간에 우리 마음을 장악해 버린다.
내가 그 넓은 요가원 바닥에서 그 개미를 본 순간, 그 개미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그러나 우리의 인식을 다시 넓은 요가원 바닥으로 돌리고 나에게 시선을 옮기는 순간, 그 개미는 그렇게 다시 조그마해지고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우리 또한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불쑥불쑥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요가원 바닥의 개미 한 마리처럼 우리의 삶에서의 걱정과 고민이 찾아오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내 안으로 돌아보는 힘. 나에게 집중하는 삶. 더 넓은 요가원 바닥을 보는 세상의 안목을 키우는 것. 그것이 조그마한 개미에게 우리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힘이다.
요즘 요가원에서의 수련에서 받은 영감과 느낌, 그리고 교훈을 나의 삶 속에서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분명 요가원 바닥에서 보았던 그 개미 '한 마리'는 내게 별거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뭐든 힘든 일이든 어떤 일이든 별 거 아니다. 별 일 아니다. 그저, 내게로 돌아오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힘만 있다면, 그 개미는 그저 작은 '개미 한 마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떠나보내라. 그럼 그 개미 또한 홀연히 떠나간다.
여러분들의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있다면, 그저 홀연히 떠나보내주길. 그리고 더 넓은 요가원 바닥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