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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ul 13. 2022

식물 키우기와 요가의 공통점

내가 왜 요가를 하고 식물을 키우게 되었는가

 


 



 졸업작품을 진행하면서 요가원을 다니지 않게 된 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간다. 어쩌면 더 훌쩍 지나가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름대로 개인 수련을 이어오고 있으나 단체 수련 때와 확연히 다른 집중력과 수련 강도가 느껴져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다. 그런데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요즘 식물에 빠져있고 식물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본가에 오면 물시중을 들고 식물들을 살피고 정리하고 분갈이하는 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왜 나는 갑자기 식물 키우기에 빠졌을까?


내가 지도자 과정을 하면서 다녔던 요가원의 창가는 항상 따스한 햇살이 옴팡지게 내려쬐는 명당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묵묵히 자란 듯 아닌듯한 모습의 마오리 소포라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수련을 하기 전이나 수련을 한 후나 소파 아래에 누워 그 소포라를 바라보며 멍 때리곤 했다.


여유 있는 자태. 하늘하늘한 가지. 그리고 앙증맞은 잎들이 귀여웠다.


하루하루 봤지만 하루하루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곤 했다. 그리고 나중에 몇 달이 지나 세월이 두툼하게 느껴질 무렵 그 녀석은 이전과 다른 성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해부학 선생님께선 그 아이가 제일 오랫동안 키워 온 식물이라고 했다. 까다로운 명성과 다르게 소포라는 연신 새 잎을 뽕뽕 내며 성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식물을 기르고 싶다란 마음의 싹은 여기서부터 틔웠을지도 모른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요가원과 그에 걸맞은 여유로운 성격을 지닌 식물은 참으로 잘 맞는 짝꿍인 듯하다. 해부학 선생님께서 마오리 소포라가 의외로 까다롭단 사실을 아시고 난 후엔 자신감을 얻으셔서 새로운 식물을 데려오셨다. 요가원에 걸맞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지금도 잘 자라고 있길 바란다.





나는 파리지옥을 기점으로 예전에 비해 지금은 제법 많은 (다른 식 집사 분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도 모자란 수) 식물들을 기르고 있는데 식물을 관리해줄 시점이 오면 나는 분주히 가위를 들고 시든 잎과 가지들을 쳐내고 벌레가 생기면 흙을 새로 갈아주며 뿌리가 나온 아이들을 위해 분갈이를 해주고 물을 준다. 남들이 보면 참 바빠 보이는데 나는 하나도 바쁘지 않다. 관리해줄 필요가 없어지면 나는 식물들이 바람과 햇살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멍 때린다.


식물을 관리하고 바라보는 이 순간순간들이 마치 요가 수련과 닮았다. 요가 매트에 닿아있는 발의 접지에 신경 쓰듯 식물의 시든 가지나 잎들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괜히 푸릇한 잎사귀를 자르게 된다. 요가원에서 바닥에 맞닿아 자세를 많이 취하는 것처럼 식물을 바라볼 때 나 자신을 바닥에 납작 붙여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다. 사바아사나 송장 자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식물을 볼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본다.


식물에 집중하면 아무런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무아의 지경에 돌입한다. 소위 말하는 요가의 명상 단계가 오는 듯하다. 식물은 성장이 빠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를 보여준다. 나한테 너무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은 느릿느릿하더라도 나중엔 훨씬 변화된 자신들을 보며 힘내라는 듯이. 나는 그런 식물들의 자세를 본받아보려고 한다.


요가를 하면서 나 자신이 많이 갈고 닦이고 깎이고 부서졌다 생각했는데 식물을 키우면서 나 스스로 몰랐던 나 자신을 알아차리고 느끼고 인정하게 되었다. 식물을 기르면 죽일 거라는 엄마의 걱정과는 다르게 지금 내가 기르고 싶은 식물들은 연신 쑥쑥 잘 자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식물 키우기도 잘 맞는 듯싶다. 요즘은 길가에 피어난 들꽃도, 담벼락에 걸린 덩굴 잎들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괜스레 요가원에서 식물을 만나면 반가움이 피어나듯 어느새 나의 생활 한 편에도 녹색이 자리한 변화가 썩 괜찮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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