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이 방에서 아내와 자고 있던 딸이 나를 찾아왔다. 가끔 아이는 자다 깨 놀랍도록 선명한 눈으로 나를 찾는다. 아마도 잠에 들 때는 옆에 있었던 아빠가 일어나 보니 보이지 않아 불안한 모양이다. 그럼 나는 다시 아이를 자던 방으로 데려가 잠이 들 때까지 내 팔꿈치(딸은 나와 아내의 팔꿈치를 만지며 잠에 드는 습관이 있다)를 내어주고 등을 토닥인 후 잠이 들면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밀린 잠을 청한다.
문제는 내 방에 돌아온 후인데 바로 잠이 들면 좋으련만 정신이 말똥 해진다. 핸드폰을 켜 잠이 들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을지도 모를 뉴스를 찾아보고, 의미 없는 쇼츠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잠이 달아나 버린다. 그렇게 새벽 2시.. 4시, 5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을 땐 그냥 잠자기를 포기한 채 내 방 책상에 앉는다. 호기롭게 요즘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책을 펼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예닐곱 페이지를 읽다 보면 달아나 버렸던 잠이 찾아와 하품을 연신 해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책부터 펴 보는 게 나았겠다 싶다.
이 시간에 잠들면 더 피곤해질 것 같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노트북을 켠 후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브런치 앱을 열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유튜브에서 '월요일을 버틴 당신에게'라는 타이틀을 가진 Jazzz 음악을 이어폰을 통해 들으며 갑작스레 떠 오른 글감을 아무 생각 없이 막 써 내려간다. 지금 딱 그러고 있다. 생각보다 잘 써지는 걸 보니 새벽에 글을 써야 하는 팔자인가라는 말도 안 되는 팔자타령도 해 본다. 한 시간 후면 이른 시간 출근을 해야 하는 아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날 것이다. 아내가 일어나기 전 먼저 일어나 아내를 맞이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아내가 출근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는 잠에 들어있고 내가 별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지난밤 건조를 마친 후 거실에 펼쳐 둔 세탁물을 하나 둘 개어본다. 하... 이거 생각보다 양이 많네라는 푸념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다 개어진 빨래들이 내 앞에 일렬횡대로 서 있다. 자고 있는 아이가 깰까 봐 조심스레 하나 둘 들어 옷장 서랍에 넣는다. 그때쯤 출근 준비를 마친 아내가 여전히 졸린 눈을 한 채 집을 나서면 겨울에는 특히 더 안쓰럽다. 여전히 어두운 새벽 밤새 얼어버린 아스팔트, 콘크리트 바닥을 걷고 하얀 입김을 뿜으며 언덕을 오르내린 후 지하철을 타러 갈 아내를 떠 올린다.
아이는 새벽에 깬 탓에 더 오래 잠을 잘 것이다. 방문을 열어 아이 얼굴을 한 번 확인하고 소파에 앉아 잠시 동안 멍한 상태로 눈을 감는다. 슬슬 잠이 오는데... 앉은 채로 쪽잠이 들자마자 곧 나지막한 외침이 들릴 것이다.
"아..빠..... 어딨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