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조성빈 <Yes Man No Man>
스물 네 살의 나는 김선우, 조성빈님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No Man(프리랜서)의 길과 Yes Man(직장인)의 길이 양쪽으로 활짝 열려있었으니까. 졸업을 앞둔 대학 축제에서 나는 90년대 국민 개그맨인 선배와 같은 무대의 MC를 나누어 봤고(동시아님주의:-) 나, 요정 대모의 (패션)스타일링이 필요한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며 국가자격증 2개를 보유한 졸업예정자였다. 그런데....
정작 꼭 했어야 했던 그놈의 '취뽀'를 못했다. 되돌아온 메일, 다운된 서버. 무엇보다도 미리 알아서 대학원 입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졸업동기(선후배 포함)들과 별 생각없이 놀기 바빴던 무지.
난 처음부터 No Man을 고집한 건 아니었다. Yes를 거쳐 No를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더 열심히) 찾지 못했다. 오디션도 보고 시나리오도 썼지만 당선이 되기 전까지 No Man 지망생이되 Yes도 추구할 수 밖에. 적어도 마지막 학기에는.
얼떨결에 소속없이 졸업을 앞두고 (이미 춤바람은 났고) 난생처음 서빙알바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하는 건데....약 7년 정도의 과외 경력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친구들의 예언한대로 나는 알바 못하는 공주(?)였고 이후 계약직과 무기계약직(?)과 프리랜서를 거쳐 알바의 신(?)이 되어갔다.
중요한 건 보스와의 합이었다. 굽신굽신은 못해도 손님에게 대접받는 기분은 드릴 수 있는데, 보스가 날 싫어하면 어쩔 수 없다. (보스 공략이 포인트)
서른 살의 나는 어떻게든 마지막으로 Yes Man이 될 기회를 노렸지만 삼년만에 처참하게 패하고 그 쪽으로는 인사도 안한다. 그렇다고 No를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지도 않았다. 그간 오방팔방 뛰어다니느라 여행다운 여행 한 번 못했기에(이십 대 십년 간 해외 여행이라고는 중국 1회 무엇?) 과감한 유학 답사(=뉴욕 한 달 살기 시즌 1)를 다녀왔고 이 무렵 이후의 회고록은 아바타에세이에 있다.
김선우님과 비슷한 이야기를 나도 했었다. 굳이 발췌하지 않겠다. 시즌 1이 일단락된 지난 달, 김선우님이 서평 제안을 해주셔서 매우 반가웠다. 다른 이도 아닌 내가 No Man이고, 책 리뷰어(그 사이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가 됨)로서 서평 제안하시는 저자나 마케터의 에티튜드에 대한 기준이 있는데 김선우님은 이상적인 제안자였다. 이 분은 뭘 해도 되겠어!
마흔 한 살의 나는 두 분이 조금 부럽다. 두 분다 선택의 최종 순간을 제대로 경험했고 그래서 후회나 미련이 없다. 그런 사람이 2030 중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한하게 열려 있었고 서른 가지 아이스크림을 시식하듯 찍먹했지만 제대로 된 Yes Man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떠밀리듯 No Man의 세계에 안착(?)했다. 다시 Yes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커리어에 대한 거의 모든 이슈를 점검할 수 있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지만 젊은이들의 생각을 간접체험할 기회도 제공한다.
진정한 셀럽이 되려면 이러면 안 된다고?
아니, 이래야 한다. -75p
당신 삶에 스며들고 싶습니다. 당신의 일상에 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저의 일로 여기고, 제 삻을 꾸려나가며, 오래도록 당신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연습생이었습니다. 이제는 데뷔하고 싶습니다. -108p
좋아하는 일로 성공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마세요. -112p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249p
하지만 한국사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번역도 되지 않는 '적령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131p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길 원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53p
모두 성공한 사업가, 대기업의 임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한 셀럽, 연예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이 과거 현재 우리와 같은 사회 초년생 때 쏟아 부은 노력의 총량에는 관심이 없다. -170p
주변에서 바라보는 눈높이에 당신의 일의 가치를 판단하지 말고, 당신이 한 일은 누가 봐도 당신이 한 일로 알 수 있는 나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라. -196p
명문대 학생들이 모두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닙니다. -265p
발췌분은 조성빈님 분량이 많다. 김선우님의 문장은 마음으로 공명한 부분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조성빈님은 결정적인 한 포인트가 달라 Yes라는 강건너에 계시지만 그의 경험치나 통찰력에 크게 공감했다. No Man의 Yes를 단호하게 반대했던 그의 이야기도 꼼꼼하게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