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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당일치기 핫플, 노튼 미술관

플로리다의 숙소와 맛집, 교통편 요약

마이애미 시티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3일차 해질녘부터 마이애미 비치로 달려가 해변 숙소 두 곳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시티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5박 6일을 보낸 셈이다. 마지막 2박 3일동안 마이애미 국제 공항 앞에 있는 이븐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면서 웨스트 팜 비치에 다녀왔다.


호캉스는 생각보다 안 풀렸다. 미국 가면 미국 과자를 신나게 먹으려고 했는데, 3일 연속 바닷물을 마셨더니 라멘으로 해장을 했는데도 과자는 싫었다. 수영장에서 살기 위한 수영 연습을 하다가 저녁식사를 놓쳤는데 주변 건물은 전부다 비슷한 상황의 호텔 뿐이었다. 공항은 걸어서 15분 거리, 그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공항을 털었어야 했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2마일 거리의 24시간 맥도날드를 목표로 밤산책을 했고, 결국 밤산책으로 끝났다. 드라이브 스루 온리인 그 곳의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교외에서 차가 없는 사람은 기묘한 최하층 계급, 불가촉천민에 속하게 된다. (로런 엘킨, 도시를 걷는 여자들)'


마이애미 시티에 도착한 날 이 경험의 미리보기를 했으면서, 그 후로 방황의 낌새를 빨리 캐치하고 우버를 탔으면서. 마이애미 비치의 휴양지 무드에 긴장이 풀려서 실수했다. 그리고 휴스턴에서도.



카리브해, 플로리다 감성이 가득한 거리


다음 날은 마이애미 7일차이자, 마지막 날이다. 마이애미 일정이 7박 8일이었으나 새벽 비행기로 들어와서 새벽 비행기로 나갔기에 시카고, 휴스턴과 마찬가지로 8일차는 없다.


하루종일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선택지는 새벽기상과 함께 사라졌다. 전날 못 먹은 저녁부터 오늘의 식사들을 '사냥'하지 않고 여유있게 먹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호텔 조식 개시는 아직 멀었지만, 씻고 나오면 기차는 다닐 것이다. 기차를 타러 갔다.


항상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에, 특히 여행지에서라면 세렌디피티를 즐기는 것 또한 여행의 결과적인 완성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 곳에 '반드시' 가야 한다고 못을 박지 않았다. 왜 그런 셀프 감옥을 짓겠나. 그런 이유로 뉴욕에서도 '예일 또는 프린스턴' 시외여행 코스를 과감하게 폐기했다. 나만의 '자유의 여신상'뷰와 시티뷰 스팟을 찾기 위한 뉴저지 투어를 하고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시작해 맨해튼의 포토 스팟을 탈탈 털면서 마지막 3일을 보냈다.


하지만 마이애미에는 지하철이 없다. 숙소가 다운타운에서 멀어지면 답이 없다. 이 무렵 친구가 마이애미 숙소를 물어봐서 다운타운, 비치, 공항 호텔을 비교해봤다. 공항존의 호텔은 내부 시설만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아보이지만, 외부 인프라가 공항말고 없다. 그냥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없다. 가로등 정도? 신호등도 없다.


나도 마이애미는 처음이라 교통편으로 잔실수를 많이해서 다운타운도 매번 우버였다. 서울 여자에게 지하철이 없는 도시가 이렇게 난처할 줄 몰랐다. 사실 알았다. 그래서 국내 여행도 장거리는 거의 부산 아니면 대구였다. 마이애미는 그럼에도 도전한 곳. 그 도전으로 여행 내공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고목과 '타자기지우개'가 상징인 노튼 미술관 정문


마이애미 마지막 날의 새벽기차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웨스트 팜 비치로 갔다. 마이애미와 마이애미 비치에 이어 플로리다에서 시도하는 세번째 도시. 그 해에 확장 이전한 '노튼 미술관'이 목표였다.


마이애미의 청담동, Design District에서 찾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MC Kitchen>외에는 남미 음식 또는 남미 음식과 바닷물을 해장하느라 어렵게 구한 일식이 전부였고, 물놀이와 밤산책이 우선이라 그동안 맛집이라 할만한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노튼 미술관이 지난 일주일을 보상했다. 건물 출입구를 못 찾아서 마당을 한참 서성이긴 했지만, 티켓팅을 한 후에는 관내 카페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신축 건물의 규모 대비 작품수가 적고 관람객은 더 적었다. 거의 모든 전시실을 독차지하며 여유롭게 관람하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바리스타와 요리사, 서빙 직원이 따로따로 있는 별장에 온 기분이었다. 교통수단만 갖춰진다면 이 곳이 집이어도 좋겠지. 교통수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자 머릿속이 먹구름으로 가득해진다. 이 점심이 마지막 식사였다. 이제 플로리다에서 남은 12시간동안 나초만 먹다가 비행기를 탈 것이다.



채소빵과 고기빵을 조립하면 햄버거가 된다


다음 날 새벽,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긴 했다. 공항 앞에서 잤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을 맞춰 셔틀을 탔고,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점심은 루즈벨트 섬을 끼고 맨해튼을 바라보는 퀸즈의 숙소 앞 카페.


마이애미 둘째날처럼 푸짐하지도 못하면서 가격은 3달러 더 비싼 남미요리였다. 이제 남미, 남부 음식이 반갑지 않았다. 플로리다까지 가서 카리브해와 사투를 벌이고 여기 눌러앉기 위해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지만 나의 스테디한 식생활에는 피자와 김치찌개가 있어야 했다. 시카고가 그리웠다.


맨해튼도 메뉴 다양성의 화신인데, 하필 플로리다의 허기를 안고 도착한 곳이 퀸즈의 남미 식당이라니. 이 날 저녁은 친구와 냉면을 먹기로 했다가 갑자기 쌀쌀해져서 우동으로 바꿨다. (마이애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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