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의 여름 별장, 밤산책
비치하우스라면,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휴양지인 사우스햄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복수극 <리벤지>를 빠뜨릴 수 없지. 반은 취침용으로 내킬때만 청취하고 있던 <위기의 주부들>의 마지막회가 끝나고, 조금 남은 <앨리어스>와 많이 남은 <미스트리스>로 돌아가야 하는데, 둘 다 안내켜서 <리벤지>를 다시 한 번 개시했지 모야. 복수의 화신 에밀리가 어린시절 살던 집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집, 많이 예쁘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에뻐서 결국 심즈로 만들어봤다. 그 전에 제 2 주인공인 놀란의 집은 블로그에 특별히 박제해두었다. 드라마 촬영장으로 대여한, 그 모던한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저택은 <리벤지> 시즌 1에 놀란 집이었다가, 다음 시즌에 놀란이 이사를 가고 그 집에는 <상속자들>의 김탄이 이사를 온다!
최근에는 니콜 키드만과 리즈 위더스푼이 등장하는 <빅 리틀 라이즈>의 레나타라는 캐릭터가 그 집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촬영장 중에 한 곳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것으로 봐서 다른 촬영장들도 뉴욕이 아닐 수 있지만 <리벤지>는 해변의 무드와 뉴욕 시티의 냉정함을 잘 버무린 드라마이다.
이제 <리벤지>와 뉴욕 사랑에 실물 영접한 마이애미 사랑까지 더해졌으니, 비치하우스만 보면 침을 흘리게 되었다. 마이애미 시티를 바다로부터 보호하는 것처럼 생긴 길쭉한 섬을 마이애미 비치라고 하는데, 이 섬의 동쪽 해안 전체가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서 산책로를 지나 주택가로 들어오면 바로 리조트 단지와 비치하우스가 있다.
마이애미 비치의 모래사장은 부산 송도 해수욕장이나 <리벤지>의 비치하우스 앞 바다보다 훨씩 넓고 두텁다. 세로로는 한반도만큼 길지만 (전체가 마이애미 비치는 아니고 올라가면 다른 지역이 된다. 그러다 웨스트 팜 비치가 되고 그렇다.) 가로로도 200미터 이상 달려갈 수 있다. 에밀리의 집처럼 마당이 바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마이애미가 더 좋다. 뉴욕보다 따뜻하고 캘리포니아보다 이국적이다. 캘리포니아도 좋지만 웨스트 코스트는 한반도의 황해 같아서 감흥이 없는데다, 캘리포니아의 앞바다는 태평양이니까 그 물이 그 물 같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언젠가는 캘리포니아에서 서핑도 하고 오디션도 볼 것이다. 대신 1년 이상 머물 집을 구한다면 마이애미로 하고 싶다.
밤이 무서웠던 시카고를 빨리 잊기 위해서라고 마이애미 도착한 첫 날부터 밤산책을 나갔다. 일단 밤이 따뜻하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모든 것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옷깃을 여미지 않아도 되고, 목적지를 향해 종종거리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에 살면서 익숙해진 열대야와 습한 공기가 아니다. 생각보다 바닷 바람이 세서 여기가 윈디 시티인 것 같다. 그 바람에 날려, 습한 공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밤거리는 눅눅하기보다는 말랑말랑하다. 지금처럼 갑자기 비가 오는 날 마저도 축축하기 보다는 상쾌할 뿐이다.
해변으로 진출한 마이애미 셋째 날은 편의점 털고 일찍 누웠지만 다음 날은 하루종일 바다에서 뒹굴었으니 밀린 빨래를 하고 밤 산책을 나갔다. 시티 센터라는 곳에 있는 클럽을 목표로 북진하다가 페루 식당에서 밥과 해산물 스튜를 먹고, 가로수길 보다는 라페스타에 가까운 쇼핑의 거리에서 주저앉았다. 이미 윈우드에서 산책 한도를 약간 초과한 상태로 해변 산책과 바다 수영까지 하느라 어질어질했다.
춤은 뉴욕에서 추면 되니까, 남은 시간은 수영과 휴식으로 여유롭게 보내야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조용하지만 무섭지 않았다. 남부의 다정함과 동부의 실용성을 겸비한 곳이라고 해야할까? 마이애미 지역은 금방 익숙해지고 정이 드는 것도 신기하지만, 다운타운도 조금은 촌스럽고 그밖의 지역은 도시라고 할 수도 없는데 편안했다. 특히 서울 여자가 인맥도 정보도 없는 지역에 고립되었을 때 느껴야 하는 특유의 불안함이 없었다. 왜 내가 마이애미에 soul을 묻고 왔는지 알겠지?
현실적으로 시카고나 뉴욕을 저렴하고 빠르게 왕복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특히 좋아하는 도시의 인프라를 공략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위치이다. 그래서 시카고와 뉴욕 사이에 살짝 우회해서 방문하기도 했지만. 캘리포니아라면 이런 동선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곳에는 LA와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가 있지만 (언젠가는 가보게 될 날이 있겠지) 내 soul의 나머지가 있는 뉴욕, 시카고, 보스턴에서 너무 멀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