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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Jun 02. 2024

소박한듯 진솔한, 산티아고 이야기

이해솔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행운과 성공에 대한 

보편적인 법칙은 없다.



자기 본성을 억누르거나 거스르면서까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은 모든 것을 떠나서 있는 그대로의 내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직접 알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최종목적지 비슷한 것이 순수한 나의 목표가 아닌  같다는 생각이 가끔이라도 스쳐간다면. 누군가의 꿈을 향해 대신 달려가고 있는 거라면. 그런 동기부여도 필요하지만 목표 달성 이후(에 대한 상상)에서 힌트가 보일 때도 있다.




여행이나 독서와 같은 끝이 없는 추구를 위한 추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계속 바뀌기도 하고, 추구하는  자신에 대한 기특함이 차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처음 읽는 오래된 책이나 처음 경험하는 유서깊은 여행지를 대할 , '이걸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반복하지만 결론은 항상 비슷하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접적으로나마 처음 걸어봤다. 유럽여행 계획에서 스페인이 주요국가였고, 여행을 선언하는 해를 시작할때마다 반복적으로 좌절했기에 유럽, 특히 스페인은 애증의 목적지였다.  사연 때문에 < 달은 짧고  년은 길어서>라는 책과 저자 레나 작가님과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름부터 엄숙해서 산책덕후를 선언(?) 이후에도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번의 미국 한달살기, 여행작가님들과의 인연 덕분에 행운을 감지하는 능력이 강해진 느낌이다. <나는  산티아고로 도망 갔을까> 저자 이해솔 작가님을 우연히 브런치에서 만나고, 며칠  우연히 오프라인에서도 마주치게 됐다. 작가님의 글에서 이어진 대화를 통해 시기적절한 깨달음을 얻었다. 열등감을 직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나의 속도에 좀더 뿌듯해도 되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나도 감정기복의 폭이 보기보다 넓다. 팬데믹의 여파로 각종 싫어증과 불면증에 크게 시달리면서 나를 다스리는 어려움을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쉬지 않고 느낀다. 하지만 그때  우연의 순간-운명처럼 귀인을 만났던-들은 내가 오르고 있던 계단   높은 곳으로 점프할  있는 마지막 부력을 제공했다. 그후로는  자잘한 일에 화를 낼지언정  계단의  자체를 다르게 설정했다. 그런저런 불안이나 우울에서도 빨리 벗어나고 있다. 피할  없는 것은 빨리 통과하고 그냥 계속 가야한다는 생각이 중심에 자리잡게 되었다. 마치 순례길을 걷듯이.


​내가 두 번째 미국 한달살기를 떠나기 직전, 이해솔 작가님은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소박한듯 진솔한 매일이 책에 담겨있다. 행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능력, 찰나의 감정기복을 흘려보내고 본질에 집중하도록 응원해줄 수 있는 내공이 형성되는 과정을 실시간 중계로 지켜본 듯하다. 익숙한 곳을 벗어난 긴 여행엔 돌발상황도 억울하고 귀찮은 일도 많지만, 그걸 보상하고도 남는 행운과 인류애도 있다. 빨리 알아채고 감사하고 자신이 매개가 되어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면 성공은 몰라도 성장이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울고 싶었지만 실제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사실 기쁠  웃고, 슬플  우는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그랬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기로 마음먹었음에도 쉽지 않았다.

-113p, 아리랑, 마음의 둑을 허물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 욕심임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순례길에서 많은 것을 가져가고 싶은  또한  욕심이었다.

-134p, 레온, 명상의  완주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있다고 느꼈다.

-159p, 철의 십자가, 오프로드와 온로드


노을을 보는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같은 언어를 쓰고 있었다.

-172p,  세브레이로, 니카라과 신부님


내가 무엇을   기쁜지, 슬픈지, 화가 나는지를 알게 되니 표현이 많아졌다.

-182p, 이상향 포르토마린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이 너무 엄숙하게 느껴지거나 너무 유행이라 거부감이 든다면  책으로 순례길 여행기에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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