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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Sep 16. 2024

관심만 바라는 게 왜 나쁘죠?

강유는 복선이 우성의 가이드에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우성이 들려준 지난 실패담에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그보단 차라리 강유 자신이 직접 시도하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온라인 활동이 ‘부수적인’ 현생에 충실한 직업인 중에서도 특히 온라인 활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히려 온라인이 본캐를 서포트한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더 잘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자는 나쁜 열등감을 자극하고 후자는 약간의 열등감 자극을 통해 오히려 동기부여를 한다.


우성은 있어 보이는 온라인 활동이 오히려 자신의 열등감을 강화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에 빠지던 순간들이 있다. 크리에이터 뱃지를 달고, 네이버 인물등록을 하기까지 자기바보감은 계속되었고 일련의 포지셔닝이 이루어지고 약 1년이 흐른 시점에서 그때 그 뿌듯함은 벌써 과거가 되었다.


예술대학의 같은 전공 선배들이나 연기자 출신 인플루언서, 혹은 엄청나게 있어 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끝내 있어 보이지 않는 (굳이 언급하자면 원수에 가까운) 동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분투를 하고 있다. 저 많은 직함을 갖고도 팔로워 3천 명을 달성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과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놈의 월천을 버는 방법을 전파하는 (역시 팔로워 3천 명을 달성하지는 못한) 수상한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있어 보여도 역효과가 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마인드 팰리스에 쳐들어왔다.


우성은 성실하게 소통해서 그야말로 타의 모범을 보이는 작가나 독자들 위주로 관찰하려고 노력했다. 이상한 사람을 보고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좋은 사람을 보고 배울 점을 찾는 게 당연히 성장에도 좋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   




알맹이​ 없는 대화 같지만 복선도 자신의 셀피와 일상 사진, 그로부터 시작된 소통을 통해 점점 팔로워를 늘려가고 있었다. 우성은 그동안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던 셀피도 좀 더 과감하게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 완벽한 피드 구성에 무의식적 열등감을 느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자기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이 계정들은 적어도 5년 전에 떡상해서 이미 1만 팔로워 이상 보유한 게 아니라면 앞으로는 떡상은커녕 점진적 성장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비주얼부터 사람을 긴장시키는 계정의 계정주들은 소통을 전혀 안 하거나, 하더라도 실제 지인 위주(저 아세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제는 보자마자 후진하게 된다.


그런데 수익화를 외치던 카드뉴스와 릴스 계정은 어떻게 되었더라? 우성이 차단해서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고, 여전히 탐색 탭을 장악하고 있는 슈퍼파워 인플루언서나 그들이 사는 세상에 속한 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더 이상 활동하지 않는다. 그렇게 수익화를 외치고 품이 드는 콘텐츠를 열심히 작성했는데도 팔로워 1만을 달성하지 못한 계정이라면 기억할 가치가 없다. 심지어 살아남은 계정이 팔로워를 ‘구매’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다. 혹자는 댓글과 조회수도 거래한다.


얼굴 없는 카드뉴스 계정 중에서 우성이 특히 진저리를 쳤던 부류는 팔로워 0명에서 시작하되 처음부터 ‘티칭’을 넘어서 ‘훈계’를 하던 ‘무명’의 수익화 계정들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물론 가족과 일상, 취미, 지적 활동까지 다 공개한 계정 중에서도 수익이 아닌 그저 ‘사람’과 ‘관심’만 추구하는 계정을 비웃는 계정주가 있었다. 전자는 건방지기 그지없지만 인격이 드러나지 않기에 그야말로 ‘봇’처럼 인식하면 그만이지만 후자는 사람 대 사람으로 빈정상하는 경우가 생긴다. 저이는 자신을 전시하는 방법을 몰라 그럴듯한 스펙을 썩히고 있지만(수익화를 얼마나 하는지는 몰라도 전혀 부티가 흐르지는 않는다.) 저이의 눈에는 여기저기 돈 안 되는 글 써주고 얼굴이나 팔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저 그런 관종으로 보이겠구나-라는 자기바보감이 드는 것이다.   


​우성은 팬보다는 친구로 여기는 팔로워들이 정말로 지갑을 열어야 되는 순간에 그들이 지인이라는 의무감 혹은 지인에게 구매함을 통한 관계 지속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하고 싶었다. 그건 이미 해봤고, 그다음에 무엇이 있는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더’ 열심히 활동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지인들의 기다림에 ‘더’ 부응할 수 있는 가치를 충전할 필요를 느꼈다. 사람들이 스타벅스 커피나 샤넬백에서 구매하는 그런 가치를, 책 한 권에서 느끼게 해 주려면 록스타 또는 교수가 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셀럽도 못 하는 걸 해야 하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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