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의 작고 소소한 기록들은 핸드폰에 차곡차곡 쌓여갔고, 컴퓨터에 있는 기본 메모장은 아무리 글을 많이 써도 하나의 파일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고, 기록의 양이 늘어나니 어느 순간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다.
기록을 찾는 것뿐 아니라 핸드폰을 바꿀 때마다 다른 확장자에 연동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그쯤 되니 이제 기본 메모장이 아닌 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네이버메모' 그다음엔 '에버노트'. 지금은 에버노트에 모든 메모를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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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를 아는가? 에버노트는 꽤 오래된 메모앱이다. 그리고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 들어가 보면, 평점이 아주 쥐약이다.
나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에버노트의 동기화오류로 소설을 날린 적이 있었다.. ㅠㅠ
요즘엔 노션도 많이 쓴다고들 하던데,
몇 년간 자료가 모이다 보니 옮기기도 쉽지 않다.
겸업으로 어디서든 노트북을 들고 다니진 못하는 내게 있어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글을 쓸 수 있는 에버노트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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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트앱으로 소설을 쓰는 건, 편한 일은 아니다.
화면은 작고 글은 뚝뚝 끊어진다. 소설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도 어렵다.
어찌저찌 쓴다고 해도, 이어 붙여서 다시 PC에서 보고 가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노트앱으로 퇴고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퇴고는 항상 PC, 아이패드, 종이로 진행한다)
그래도 에버노트는 내게 필요하다. 아니 중요하다. 단점은 장점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쇼츠의 굴레에 빠져있다가도 에버노트를 켜고 뭐라도 적기 시작하면, 어느새 자세를 고쳐 잡고 손가락을 다다다 움직이는 내가 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어느새 책상으로 가 PC를 켜고 있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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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에버노트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이미 나의 소중한 초고의 기반이 된 소설들이 에버노트 안에 있다. 평점 3점 이하에 불만이 속출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에버노트를 쓴다.
하지만 요즘엔 생각한다. 하나에 너무 모든 자료를 넣는 게 좋은 일일까?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앱 하나에 너무 의지하게 되는 나를 보면서,
'그거 하나만 있으면 편리하니 좋다'라는 마음에서 '과연 하나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게 좋은 일'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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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베이직이라고 했던가?ㅎㅎ
나는 요즘엔 '한글'에 글을 쓰고 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그 시간에 글을 쓰는 게 맞다는 깨달음(..)을 얻고 그냥 빈 한글파일을 켜서 작업을 한다.
큰 화면 아래 하얀 화면은 가끔 위압감을 주지만, 또 채웠을 때 매력이 다분하다.
문장의 호흡도 알 수 있고 눈에 들어오는 단어의 비교도 수월하다.
한글파일은 드라이브에 아무리 저장을 해도 용량을 차지하지 않는다.
예전에 어떤 소설가 두 분이 나와 대화하길,
소설가는 USB하나에 내 인생 모든 작품을 넣을 수 있는, 그런 점에서는 용량부족으로 시달릴리 없는 아주 가벼운 부분이라고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적극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