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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May 27. 2021

달빛 매트

달이 참 예쁘다고ㆍ이승윤


고요한 밤

텅 빈 거실 바닥에

하얀빛이 내려앉았길래

그 위에 가만히 누워


매트 위에 눕자마자

이불이 덮어준다

따뜻하지 않아도 따스한

폭신하지 않아도 포근한


매트 위 이불을 덮고

달의 노래를 듣는다

달이 참 예쁘다고

읊조리는 운 소리를




달이 참 예쁘다고



 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 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큼 집어들래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 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 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 줄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린

가면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닿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 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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