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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Jun 23. 2021

껍데기를 찾아서


알맹이가 쏙 빠진

껍데기 안에

성큼 들어온 소라게


제 생명 다 꺼낸

빈 몸 안에

냉큼 들어온 어린 게


껍데기 속에 쏙 들어가면

파도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고

천적의 발걸음도 무섭지 않다네


그러던 어느 날

부쩍 자란 소라게는

껍데기가 좁아


더 큰 껍데기를 찾아

맨몸을 세상에 꺼내

서툰 걸음로 나아가네


자라지 않는 껍데기는

작고 어렸던 게만 생각하고

빈 마음인 채 그러니 앉았네


달그락 거리는 껍데기들의 수다가

빈 몸과 마음을 랑하면서도 단단하게

넓혀 준다면, 어린 게들이

정처 없이 헤매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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