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가 쏙 빠진
껍데기 안에
성큼 들어온 소라게
제 생명 다 꺼낸
빈 몸 안에
냉큼 들어온 어린 게
껍데기 속에 쏙 들어가면
파도 소리가 자장가로 들리고
천적의 발걸음도 무섭지 않다네
그러던 어느 날
부쩍 자란 소라게는
껍데기가 좁아졌고
더 큰 껍데기를 찾아
맨몸을 세상에 꺼내어
서툰 걸음으로 나아가네
자라지 않는 껍데기는
작고 어렸던 게만 생각하고
빈 마음인 채 덩그러니 앉았네
달그락 거리는 껍데기들의 수다가
빈 몸과 마음을 말랑하면서도 단단하게
넓혀 준다면, 어린 게들이
정처 없이 헤매지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