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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Nov 02. 2020

가을 아침 2

아직도 피었네


가을 아침 2



마감 시간이 임박했다

학교에 간 큰 아이가 돌아올 시간

끝나자마자 아이의 존재를 알려주는 벨 소리

바로 들어올지 친구랑 놀고 올지

오늘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


벨이 울린다

"엄마! 끝났는데 바로 집에 갈게요. 근데 4시 15분에..."

친구가 집에 와서 같이 게임을 하고자 한단다

한창 뛰어놀 시기인데 아이들은 게임에 빠졌다

바깥놀이도 좋아하지만 요즘 제일 좋아하는 건

게임이다


이제 진짜 출근시간이다

에너지 넘치는 큰 아이는 어떤 오후를 보낼지

욕구가 넘치는 큰 아이는 무엇을 하염없이 원할지

두근두근 긴장이 된다


역시나 오자마자 게임을 해달란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다 했다고

돌아올 때 같이 놀 친구가 없다고

게임을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엄마로서 일단은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알면서도 막 요구하다가 현실을 깨닫고

실망한 표정으로 책 한 권을 꺼내 읽는다

10분도 안 되게 읽더니 다시 요구한다

타이머를 맞추고 게임을 시작하는 아이의 표정

세상 해맑다


엄마는 매의 눈으로 게임하는 자세를 틈틈이 잡아준다

등허리가 둥그레지는 게 보일 때마다 속이 상하다

타이머가 울릴 때 순순히 멈출지 내심 기대하면서

멈추지 않을 때 단호하게 끝이라 말할 준비 중이다

한창 맛있게 먹는 달콤한 사탕을 빼앗는 기분이 들지만

지금은 이게 아이를 위한 거라 직감한다


어느덧 엄마는 사감 선생님이 되어 버렸다

원하던 모습이 아니라 이 역할이 여간 버겁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멈추라고 해야 한다

아직은 매일 지켜봐 줘야 


지난 금요일에 핀 꽃이 주말 사이 내린 비를 맞고도

꼿꼿이 얼굴을 내밀고 활짝 웃는다

우리 집 사람꽃은 주말에 그리 혼나고도

처음인 듯 요구하며 씨익 웃는다


꽃이니까 봐준다



지난 금요일 아침 꽃


비 내린 주말 견딘 오늘 아침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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