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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Nov 15. 2020

글 쓰고 난 뒤,

꼬리를 무는 생각


이 증상은 무엇일,


쓰기 전에 이미 생각을 했고

쓰면서도 생각을 다듬다가

다 쓰고 나서는 생각을 마쳤다고

조금은 자신하고 발행했는데

그 뒤에도 생각은 꼬리를 문다

 



예를 들면 <촉박한 정리>의 마지막 부분에 '다음엔 어떤 걸 도전해볼까? 운전?'이라고 쓰고 용기까지 생긴다고  마무리했다. 글을 쓴 바로 그날엔 정말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에. 그리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사그라지려 할 때쯤 정말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진짜 도전할 거야?'라고.


많은 글을 쓰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 진실된 글을 쓰겠노라 다짐하며 브런치에 발행하고 있었다. 한 번 일어난 마음, 그것을 글로 써버린 다음, 그 뒤에 스스로에게 한 번 해보자고 부추기게 된 지금, 집 근처에 있는 자동차 운전전문학원 등록을 해버렸다. 아무도, 말 뿐인 도전을 신경 쓰지 않을 텐데 어떤 힘에 이끌려 도전장을 던져 버린 것이다. 그 힘의 비밀은 살며 쓰며 밝혀지리라 믿는다.


근 20년 이상 마음만 먹었던 일을 자신이 쓴 한 줄 글의 힘을 얻어 저지른 것이다. 이미 글을 봐서 알겠지만 진짜로 가겠다고 선언하는 나를 보는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조금 놀란 듯하다.

갑자기 운전을 배우겠다는 게 놀라운지 아님 쓴 로 하겠다는 게 놀라운지 가늠할 수는 없다. 그 중간쯤이지 싶다.


이렇게 가볍게 써 놓은 것을 실행하게 된 건 참 오랜만 같다. 마침표를 찍고 끝낸 문장이 살아나 움직인다. 움직이게 한다. 움직였다. 지금은 여기까지다. 앞으로 크나큰 변수들과 함께 이 여정을 잘 마무리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질러 버렸다. 참 오랜만에.


앞의 글 <살기와 쓰기>를 마무리하는 말로

'삶은 글을 아끼고 글은 삶을 격려하기를' 바란다고 다.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미 글을 쓰고 있고 더 쓰고 싶어 지기에 지금의 삶과 함께 잘 지내고 싶은 바람이다. 더 간절해졌.


그리고  앞의 글 속의 '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내 새끼'는 일요일 아침부터 혼나고 하루를 시작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자기 일을 끝낸 후 동생이랑 놀다가 피자를 시켜준다니 춤을 춘다. 어이없는 웃음 개발자를 오늘도 봐주지 않을 수가 없다. 글의 끝말처럼 이니까 자꾸 봐주게 된다.


글을 쓰 그 순간에 충실해서 문장을 만들어 왔다. 글 속에 멈춰버린 문장들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한 문장만큼은 마음속에 맴돌다가 앞으로 나아가는 게 느껴진다.


생각을 글이나 말로 공표한 뒤 일어나는 현상이

표현하는 자가 느끼기에 마법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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