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온라인 수업 중 유튜브로 책을 읽고 활동지를 해결하는 수업이 있어요. 벌써 온라인 수업을 2학기째 해오고 있는데요. 지금은 스스로 읽고 해결하라고 하지만 온라인 수업 초기엔 함께 읽고 수업을 했었지요. 바로 그때 책의 주인공인 <프레드릭>을 알게 되었답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시작될 무렵, 헛간과 곳간 근처의 돌담에는 들쥐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농부가 떠난 곳간은 텅 비었고 겨울도 곧 닥쳐오기에 들쥐들은 밤낮없이 먹이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프레드릭만 빼고요. 옥수수와 나무 열매와 밀과 짚을 모으는 중 햇살 아래 가만히 눈 감고 앉은 프레드릭을 보고 일 안 하고 뭐하냐고 물었어요. 프레드릭은 이렇게 대답했지요.
일을 하고 있다고요. 가만히 눈 감고 일을 하다니요. 들쥐들은 먹이를 나르느라 바쁘지만 저는 프레드릭의 행동과 말에 마음이 멈췄어요. 제가 그럴 때가 많았거든요. 남들이 보기에 가만히 있는 듯 보이지만 나름 바쁘고 중요한 일을 한다고 느끼는 그런 때요.
햇살을 모은다네요. 춥고 어두운 겨울을 대비해서 따뜻한 빛을 모으고 있다고요.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 햇살을 받고 있으면서요. 해 질 녘 노을만 보면 멈추던 제 모습도 보이고요.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사람들도 보이네요.
또 뭐하냐는 들쥐들의 물음에 프레드릭은 겨울엔 온통 잿빛뿐이라면서 풀밭을 내려다보며 색깔들을 모으고 있다고 대답하네요. 한 번은 조는 듯 보이는 프레드릭에게 꿈꾸고 있냐고 들쥐들이 묻자,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요.
햇살과 색깔을 모을 때까지 눈치를 못 채다가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는 말에 아! 하고는 다시 영상을 앞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성미 급한 아들 수업인지라 끝까지 다 보기로 합니다.
수다쟁이 들쥐들은 넉넉했던 먹이를 다 먹도록 겨울이 계속되자 더 이상 재잘댈 기운이 없었어요. 그때 프레드릭의 말이 생각납니다. 프레드릭이 모은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네요.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들쥐들의 질문에 프레드릭은 바위에 올라섭니다. 프레드릭이 들려주는 햇살 얘기에 들쥐들은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낍니다. 마법처럼요. 또 색깔 얘기를 하니까 들쥐들의 마음에 색깔들이 또렷이 보입니다. 그리고 들려주는 프레드릭의 이야기... 들쥐들은 박수를 치며 감탄합니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프레드릭은 얼굴 붉히며 인사한 후 수줍게 말합니다. "나도 알아."
영상을 다 보고 나서도 프레드릭이 자꾸 떠올라 이번에 종이책으로 다시 만났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기도 하고 남편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하고 또 제 마음에 쏙 담아두려고요. 스스로를 베짱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프레드릭을 닮은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합니다.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는 프레드릭이 저와 비슷하기도 해서 친구를 만난 듯합니다. 인생의 겨울에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양식이 무엇일까 가만히 앉아 지그시 눈감고 생각해 봅니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그림ㆍ글 |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