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착길 Dec 23. 2020

크리스마스 그림자


자고 일어나면 며칠 남았다고 손꼽고

한 달 전부터 언제 오냐고 기다리던

그날도 이젠 며칠 남지 않았다


쉽게 받을 수 있던 장난감이련만

크리스마스에 오는 선물이라 그런지

빵 터질 듯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올해는 천진난만 어린이답게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 수도 없

마음껏 소리치며 노래할 수도 없

손잡고 숲으로 놀이동산으로 소풍 갈 수도 없어

친구랑 싸울 일도 없이 1년이 다 갔다


크리스마스가 임박할수록 아이들은 흥분하며

평소보다 더 뛰고 싶어 몸이 꿈틀대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엔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집에서 뛰지 않고 형제와 싸우지 않으면서

일찍 자야지만 산타할아버지가 오신 한다


이토록 기다리는 산타의 선물을 심하다

둘째 선물이 날짜 안에 도착 못할 뻔했다

빨리 도착하는 다른 인형으로 유도하니 넘어온다

, 행히 오늘까지 두 개가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커다란 포장지가 어서 어떡하지


이번엔 산타할아버지가 힘드시고 종이도 아낄 겸

포장을 안 한 채 그대로 주신다더라 하니 첫째가

장난감을 빨리 뜯을 수 있어서 더 좋단다


정성을 다해 준비하지 못했는데도 아이들은 좋단다

세상 모든 착한 아이들에게 마음에 든 선물을

고루고루 나누어주시는데 자기도 꼭 받을 거라며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싱숭생숭 두근두근 신나 한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 착한 존재임을 알고 있나 보다



크리스마스 며칠 전 해 질 녘 거실 벽에 비친

트리의 그림자 주위가 노을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화려한 트리에만 눈길이 가고 아름다워했는데

석양에 비친 그림자가 마음을 멈추게 한다


지금 어딘가 따뜻하지 못한 곳에서 추위에 떨거나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어떤 크리스마스를

꿈꾸고 기다리고 있을까 


학교나 유치원에서 돌봄 받기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땐 어찌 지내고 있었을까


옆에 끼고 가르쳐도 시간 맞춰하라고 해도

하기 힘든 공부를 혼자서 어찌했을까


하루만 보살피지 않아도 티가 나는 마음의 구멍을

어찌 메우고 견디고 있을까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기만의 빛을 발하고 있으리라

내가 모르는 아이들만의 힘이 있으리라


창이 열린 곳이면 어디든지 들어오는 빛처럼

아이들에게만큼은 고루고루 춰주리라

어디든지 산타할아버지가 꼭 찾아가리라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리라

크리스마스트리의 빛과 그림자를 보면서 

잠시 멈추어 작은 생각을 해본다


낮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밤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이전 09화 마음의 방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