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Dec 06. 2022

면접관일기 _ 7화. 아무리 잘했어도 떨어지는 사람

기본 태도가 갖춰지지 않으면 out


하루 일정이 다 끝나면 면접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최종면접으로 넘어가는 지원자들을 추려야하기 때문. 인사부가 면접관들이 매긴 점수를 모두모아 등수를 나열해두면, 거기서 의견을 모아서 올릴 사람, 내릴 사람을 결정한다. 태도평가, 피티, 토론, 1:1면접, 다대다 심층면접, 논술평가까지. 하루에 진행됐다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이걸 보면 면접관들도 힘들지만 지원자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인사부에서 다음 전형으로 올라가는 3배수의 인원과 커트라인에서 아쉽게 탈락한 몇몇을 같이 보여준다. 면접에서 잘했는데 다른 전형에서 잘 못했는지 내가 점수를 잘 줬는데도 떨어진 친구가 있었다. 면접 중에 기록했던 메모지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워하고 있는데 인사부장이 헐레벌떡 뛰어와 한마디를 한다.

 

“H-30,31,32는 인사부 직원이 정숙해달라고 했는데 계속 떠들었다고 합니다.”

헐. 신성한 면접장에서 수다라니. 메모지를 보니 H-31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명은 내가 면접을 본 지원자들이다. 30,32 지원자들은 발표하면서 허허실실 웃어서 태도 점수를 깎았었는데, 면접장을 나가서도 그러고 있었나보다. 채용의 진중함을 몰랐던 건지 갈데가 있어서 그런건지 알길은 없지만 일단 합격자 리스트에 이미 없었다.

 

문제는 H-31번이었다. 피티, 토론, 1:1면접, 심층면접 모두 점수가 좋았다. 전형동안 평가를 했던 면접관들도 너무 괜찮았다고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그냥 올리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다른 인사직원이 다가와 또 말을 한다.

“태도평가자 말로는 제지를 계속 했음에도 계속 떠들었다고 합니다. 31번이 주동자였다고 하네요.”

 

하.. 탄식이 들려온다. 31번을 선호하던 면접관들도 말을 잇지 못한다. 이정도면 31번을 올리기 어려워진다. 앞서 언급했지만 신입사원은 탁월한 사람보다는 태도가 갖춰진 사람을 선호한다. 아쉽지만 31번은 탈락했다. 대신 합격자 명단 바로 밑에 있던 지원자가 대신 올라갔다.


아무리 면접을 잘 봐도 무조건 떨어지는 지원자들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태도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 주어진 과제를 성실하게 해석하지 않고 자기의견을 내는 사람, 어설픈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사람. 특히 실무자인 면접관 입장에서 어설픈 전문용어를 들으면 “오, 이 친구 전문성이 있군!”이런 생각보단 어줍잖은 지식 자랑하면서 평가를 받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아무리 중고신입이라고 해도 본인이 ‘신입사원’에 지원했다는 걸 잊으면 안된다. 관록과 실력을 보여주고 싶으면 ‘단어’보다는 논리와 태도로 보여주는 게 좋다.

 

그리고 잘 했음에도 떨어트린, 정말 희한했던 지원자 한명이 생각난다. 그녀는 면접을 잘 마친 후 마지막 소회를 묻는 질문에 ‘방금 면접에서 저의 고칠 점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당연히 답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점수도 잘 주지 못했다. 6화에서 말했지만 면접관은 피곤한 상태다. 저런 말은 모든 게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느껴진다. 조직에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점만 남길 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는 걸 다시 한번 기억해야한다.

 

 


아무리 잘해도 결국 떨어지는 사람
-미션를 숙지하지 않고 자기생각만 표현한 사람
- 면접장에서 떠들었던 사람
- 어설프게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사람


이전 06화 면접관 일기 _ 6화. 면접관이 무표정인데 난 떨어졌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