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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Oct 04. 2022

소중한 사람이 있기에 힘낼 수 있다.

자존감이 생기는 과정

어릴 적부터 20대 초반까지 자기혐오가 심했던 ‘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치의에게 어떤 위로와 조언을 들어도 내가 가진 자기혐오는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 깊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아이유 인터뷰와 노래를 보면 자기혐오를 벗어나는 과정이 담겨 있는데 난 그렇게 벗어날 수 있었던 그녀가 아름다웠고 부러웠다. 부러우면서도 난 할 수 없을 거라고 또다시 자기혐오에 빠져 살았다.


최근까지도 가끔씩 자기혐오를 하곤 했다. 내 트라우마와 감정이 무거워 연애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하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호감, 좋아하는 감정에 머리가 터질 듯 괴로웠고 힘들었는데 5일 만에 그 감정은 결국 상대방의 일방적인 잠수로 끝났을 때 끝없는 자책과 자기혐오에 빠졌다.


내 불안이 티가 나서 상대를 힘들게 한 것인지 아니면 불안을 안고 살다 불안이 커져 상황을 만들었는지 어떤 것도 답을 내릴 수 없어 혼자 남겨진 상황과 감정 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치고 가슴이 뭉개졌는데 빠른 시간 안에 털어낼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오빠(사촌오빠)에게 잠수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저는 학대 피해자 입니다’ 브런치 북을 읽은 오빠에게 감상평을 알려달라고 떼쓰자 오빠는 묵직한 한 마디로 나의 마음을 잘 감싸줬다.


고생했어, 잘했어 그리고 고마워.
견뎌줘서 참 고맙고, 버텨줘서 고마워.


정말 미치도록 싫어하는 단어, 극도로 짜증 나는 말..

견뎌줘서, 버텨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사고가 잠시 멈췄다가 작동된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싫어하는 말인데도 진심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 말이 위로가 되었고 내게 남겨진 상처가 아주 조금은 작아진 것 같았다. 오빠가 해준 수많은 말 들 속에 저 단어를 듣고 울려고 하는 내게 오빠는 울지 말고 이젠 네 힘으로 잘 해낼 수 있다고, 잘하고 있어서 믿고 있다고 하는데 뭉겨졌던 내 마음과 속상함이 풀리면서 진심이 어떤 힘을 주는지 느꼈다.


진심으로 주는 사람이어도 내가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어떤 위로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고서야 나를 향해 따뜻한 말해주신 분들에게 미안함과 죄송함 그리고 감사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잠수 이별 때문에 오빠와 통화한 후, 오빠는 어른으로서 단단한 조언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줬고 오빠로서 날 보며 마음 아팠고 때론 속상했던 부분과 따뜻한 말로 위로 듣고 나니 내가 세상에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대단하고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됐다. 그 마음을 한껏 품고 또 품고 나서야 자기혐오를 완전히 버릴 수 있었고, 잃었던 자존감.., 내가 영원히 간직할 수 없다고 생각한 자기애가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존감을 스스로에게 찾으라고 했지만, 나는 늘 찾지 못했다. 찾을 수 없었고, 방법도 몰랐는데 그런 내게 자존감은 너무나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진짜 소중한 사람이 내게 작은 말 하나로 알려주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먼 길 돌아온 것이 아니라고,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 값진 보석을 얻었다고.. 그 소중한 보석을 더 귀하게 간직할 수 있게 된 거라고 믿기로 했다. 이제는 자존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연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스스로를 정말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남들이 너는 과하게 생각한다는 말로 날 상처 주거나 마음이 복잡하게 만들 때, 과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꼈다면 그게 진짜 내 마음이지! 당신이 나와 같은 상황에서 있었냐고, 같은 상황,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닌데 단정 짓지 말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 감정과 생각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에게 화낼 수도 있는 사람이 된 건.. 진심으로 아낀다는 마음을 주변에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러니 자존감이 어려운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 그렇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도 얻을 수 있다고 한 번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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