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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Oct 08. 2022

아빠의 빈자리

갑자기 문득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아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마음이 텅 비어져 헛헛하고 기분이 이상한데 어떤 말로 정의되지 않는 날이 적게는 몇 시간, 많으면 일주일까지 간다.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화나거나 할 때마다 그 감정의 이유와 원인을 잘 찾아내는 ‘나’였는데 이 기분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감정이라니 답답하고 어렵다. 모든 감정의 이유를 알 필요는 없지만, 요즘은 우울도 불안도 많이 사라진 상태에서 유독 이 감정이 올라올 때면 가슴 한 가운데에 바람이 지나다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이 감정의 끝에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아빠와 약속이다. 아빠를 떠나보내면서 여러 가지 약속을 했는데 그것들을 지켜가면서 내가 성장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나 잘하고 있지? 아빠랑 한 약속 이렇게 잘 지켜서 전보다 아프지도 않고 더 단단해졌어! 아빠 딸, 정말 장하지 않아?


한참을 물어도, 칭찬을 듣고 싶어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마음이 아려온다. 아빠가 세상 없어진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믿지만, 괜찮았다가 유독 서글퍼지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아빠가 꿈에 나와 해준 말과 약속들을 잘 해내고 있을 때… 지인들이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다고 다른 사람 같다고 칭찬할 때, 고모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고모에게 칭찬 듣게 될 때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커져간다.


그리움엔 약도 없는 것 같다. 보고 싶을 때마다, 마음이 터질 듯 아파서 괴로울 때마다 정신없이 일하고 또 일하지만 잠깐 떠오르지 않을 뿐,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감정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사라질 때 즈음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다고, 아빠가 많이 그리워서 그랬다고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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