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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Jan 13. 2022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 누군가의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고 한참 지나서 기억에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여서 친절하지 않은 사람으로 이미지를 남긴 건 어디까지나 내 탓이랄 수 있었다. 상대가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까지 헤아려서 나를 이해하고 괜찮게 여겨주기를 기대할 수는 어떤 경우에도 없는 것이니까 나는 매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마땅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고 잘되지는 않았다. 송광사에서 조계사로 넘어가는 산길에서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일부러 그런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그저, 다만, 무심코, 어쩌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곤 할 뿐이다. 그렇다 하여 누가 나에게 괜찮다고 해 줄 것인가. 무엇을 하든 무엇이 어떻게 되든 그래도 괜찮다고 해 줄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인가.      


-심영의 장편『사랑의 흔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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