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집(家) (3)-2021년 5월
우리 집 아파트가 힘 못쓰는 나이 21살
사람 21살이면 누구보다 힘 잘 쓰고 남자라면 군대도 갈 나이지만, 아파트의 21살은 고난의 시기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연구된 아파트의 건축연령 효과 논문을 살펴보면 준공 후 21년 차에 가장 낮은 가격을 보인다고 합니다. 주변을 살펴 생각하면, 20년쯤 된 아파트는 ‘가성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필요한 입지와 주변 환경, 예산을 가지고 매매 지역을 선정한 이후에는 이런저런 저울질을 하다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보면 20년 차인 경우가 많다.
지난 몇 년간의 아파트 시장은 그야말로 신축 전성시대입니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우수한 평면에 시장 전반에 팽배했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신축 아파트는 마치 ‘한정판’ 마냥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최근 들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심이 많아지고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아파트들은 늙은 아파트들입니다. 여의도, 목동, 압구정 등 사람 나이로도 적지 않은 나이를 갖고 있는 아파트들의 상승세가 높습니다.
결국 20년차 아파트라는 것은 신축의 편안함과 첨단성도 없고, 재건축을 하여 높은 품질의 상품성을 띈 아파트가 되려면 먼 애매한 시기인 셈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직장까지의 거리가 적당하고, 지역 시장 내에서 우수한 입지와 양호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아파트라면 20년 차에 입주해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30-40대에 그 집에 입주하여 퇴직할 때쯤이면, 그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가능한 40년 차 아파트가 되어있을 테니 말입니다.
압구정 아파트가 한 때 신축 일원동 아파트에게 강남의 왕좌 자리를 위협받았던 90년대를 생각해본다면 20년 차 아파트의 ‘가성비’도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고려할 만한 대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