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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Feb 28. 2017

일에 대하여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버시네요."


요거 참 자주 듣는 말인데, 그때마다  '프리랜서라 좋겠어요'라는 소리를 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 그거 아닌데요 라고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열심히 오해를 풀어주고 싶지만(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슬슬 귀찮다. 그래 봤자 내가 무엇을 얻겠는가, 마음대로 생각하게 놔두자 하고 씩 웃는다. 


타인의 SNS는 하나같이 화려하고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닌 사진, 새로 산 옷과 구두 사진, 리미티드 에디션 립스틱과 아이섀도 팔레트 사진, 여행 사진. 이런 것만 보면 세상에나 그렇게 행복한 인생은 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뭐, 누구의 인생이든 골치 아프고 비루하고 남루하고 별 것 아닌 부분들을 쏙 빼놓고 화사한 순간들만 모아 놓으면(그리고 거기에 적절한 필터를 적용하면) 다 좋아 보이죠. 다른 사람의 직업도, 그가 하는 일도 그래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요 얘기는 해야겠다.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든 어지간하면 좋아해 보려고, 정 붙여 보려고 상당히 애쓰고 있답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토끼 같은 대출원금과 여우 같은 대출이자와 고양이 같은 카드값과 햄스터 같은 교통비가 나만 쳐다보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맛있는 걸 잔뜩 먹고 몸도 건강해지고 얼굴색도 환해졌는데 희한하게 배는 안 나오는 상태와도 비슷한 것인데, 그런 일은 뒷동산에 우담바라가 만발할 때나 일어나는 일이다. 보통은 맛 드럽게 없는 걸 꾸역꾸역 먹느라 속이 불편한데 어이구 살까지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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