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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Jul 13. 2018

VR미디어아트는 역시 고급스러웠다


 2018년 7월 11일 광화문 서린동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를 방문하였다.

 

 '아트센터 나비'는 다른 갤러리와 다르게 주로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전시하는 데 상당히 SF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작품들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에 내 브런치에 살짝 소개했던  Team Void 작품도 여기서 전시했었던 것으로 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이나 다양한 IT기술을 응용한 융합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이끌어가려는 듯 보인다. 


아트센터 나비 가보기


 SK건물 4층에 위치한 갤러리에 도착해 서둘러 컴컴한 전시장으로 찾아갔다. 오후 4시에 VR 미디어아트 작품 체험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아트센터 나비의 소식이 담긴 이메일을 훑어보다가 요즘 VR작품을 전시하고 있다기에 냉큼 예약하고 찾아온 것이다. 암튼 VR이라면 닥치고 가서 직접 해보는 나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아래 포스터의 '룸톤'이라는 팀이 제작한 <Depth of Circle> 이란 VR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체험에 앞서 예쁘장한 직원분과 10분간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주로 VR에 관한 것이었다. 들으면서 느낀 건 그래도 미국이 VR이나 AR 등 실감기술 산업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은 어떻게든 생태계를 조성하려 고군분투하는 중이었다. 



<룸톤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VR작품 체험사진>




 우선 작품에 대한 전단지 소개를 적고자 한다.

 

<Depth of Circle>은 룸톤이 제작 중인 인터랙티브 아트 게임의 일부를 VR과 영상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사고로 코마에 빠진 여인이 깊은 코마 속에서 한 생명과 마주하게 되고, 그 생명과 함께 깊은 무의식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여정을 그린 게임이다. 


특히 코마에 빠진 여인이 처음으로 자신이 잉태한 생명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우주비행사가 새로운 행성을 처음 발견하는 장면에 빗대어 재구성한 작품이다. VR을 보는 관객은 인터랙션이 가능한 둥근 조명을 들고 관람할 수 있는데, 이때 관객의 모습은 마치 생명을 품은 여인의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이 둥근 조명은 생명을 의미하며, MR(Mixed Reality, 혼합현실)의 경험을 통해 가상공간과 현실 공간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작품을 만든 작가팀 룸톤(ROOMTONE)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전단지에 나온 그대로 옮겨본다.


 룸톤은 게임, 사운드 디자인, 미디어 아트를 VR베이스로 구현하는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이들은 가상공간을 통한 미디어 경험을 제안하는 데, 특히 게임과 음악이 디지털 공간 안에서 표현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체험을 설계한다. 게임엔진을 사용하여 제작한 가상공간 안에서 미디어아트와 게임의 경계를 흐리고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실험적인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기획하면서 자신만의 예술 언어의 가능성과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룸톤은 2017년 월드 VR 아티스트 그룹인 칼레이도스코프 KALEIDOSCOPE에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으며, <Depth of Circle> 작품으로 미국 LA에서 열리는 VRLA (VR Festival)와 뉴욕 독립영화제 (NYC Independent Film Festival)에 초청받았다. 이 외에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Nemaf)과 같은 국내외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https://www.roomtone.space/




 

 직원분이 체험 장소로 안내해주었다. 앞벽에 스크린이 있고 장비가 놓인 대나무 의자가 놓여있었다. 


< 작품 체험장소 >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HTC의 바이브 HMD를 사용하고 손에 드는 빛나는 공도 하나 있었다. 그리고 아주 특이한 장치가 의자에 놓여있었다. 작은 검은 조끼였다. 바로 말로만 듣던 햅틱(Haptic) 조끼였다. 





 오호라, 신기하도다. 근데 작품을 보는 동안 이것이 신의 한 수 임을 알아차렸다. 영상에 맞춰서 나오는 오디오 음악의 박동이 조끼를 통해 쿵쿵 느껴져 매우 실감났기 때문이다. 어쩔 땐 등을 옆으로 직직 긁는 것 같기도 하고 살살 치는 것 같기도 하는 게, 내 등에 느껴지는 박동감과 촉감이 VR영상이나 음악과 적절하게 잘 어울렸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공도 작품 안에서 계속 색깔이 바뀌고 손이 가는 대로 움직여서 무슨 마법 지팡이를 든 것처럼 신기했다. 이런 모든 경험이 합쳐져 MR (혼합현실)을 구현하려 했다는 직원분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실감기술 (VR, AR, MR)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이런 햅틱장치의 개발도 필요하겠다. HMD를 벗으면서 내 고개는 저절로 끄덕여졌다.  




 총 8분 정도 되는 작품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좋았다. 여태까지 경험한 VR체험 중 최고였다. 솔직히 처음 예약했을 땐 그리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또한 참으로 고급스러웠다. 몇 달 전 VRAR 엑스포에서 보던 좀비 괴물, 귀신이 튀어나오는 VR 게임과는 차원 자체가 틀렸다. 눈과 마음과 귀, 등짝이 즐거운 VR체험이었다.


 역시 예술작품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우주 속에서 붉은 행성이 점점 나에게 다가오는 장면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난 볼 수 없었지만 아래 트레일러에서 보듯 체험자 옆으로 펼쳐진 스크린의 영상이 계속 바뀜으로써 체험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장치를 꾸민 듯하다. 그런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보통 VR은 체험자나 즐기지, 기다리는 사람은 쟤가 뭘 보고 저리 좋아하나 추측만 난무하는 지루한 과정이니 말이다. 


 딱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면 바이브 헤드셋이 나에게 많이 무거웠다는 점이다. 고개를 올리는데 무거워 뒷목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내 목이 좀 얇긴 하다. 그래서 위보다 앞과 옆을 주로 보았다. VR HMD가 쓰기 편하고 무엇보다 가벼워져야 함을 몸소 느꼈다. 


이 작품의 트레일러를 룸톤의 유튜브에서 발췌해놓았으니 끝까지 꼭 다 보시길 추천드린다. 


<룸톤 유튜브채널 Depth of Circle 트레일러>




 난 지금도 아주 고맙게 느끼는 게 있는데 바로 나의 처음 VR체험이 현대미술관의 미디어아트 예술작품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 브런치에도 적어놓았다. 역시나 예술은 고마고마한 상업적인 지지부단함을 뛰어넘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뭉클한 뭔가가 있다. 감동적이라고나 할까? 때론 뇌리에 깊이 박히기까지 한다.


 나의 '브라잇 동맹'도 그런 예술적인 VR이나 AR, MR을 입히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이 작품처럼 아름다움과 고급스러움을 유지하고 싶다. 앞으로 이런 작품들과 작가나 팀들을 열심히 찾아가 봐야겠다고 결심이 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아직 7월 말까지 전시기간이 남아있으니 여유가 있는 분은 한번 찾아가 보길 추천드린다. 아트센터 나비사이트에서 미리 시간예약하고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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