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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Feb 10. 2019

자율주행 AI와 경이롭게 마주하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을 방문하다  190209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 다녀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여기는 VR 아티스트 룸톤(Roomtone)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이다. 2월 말까지 전시한다고 듣긴 했었는데 2월 중턱 걸이를 간당간당 두고서 간신히 걸음을 재촉하였다. 강북에 사는 나는 왜 이리 한강을 건너기가 점점 힘들어지는지 참으로 의아해지는 중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은 강남 언주로 대로변의 수입차 전시장들이 몰려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겉부터 통유리로 멋있게 지어놓아 멀리서도 바로 찾을 수 있어 좋았으나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고 엄청 춥기에 안으로 들어가서도 10분간 몸을 녹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룸톤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필 강 건넌 날이 꼭 매섭도록 추운 날이라니...


1층 전시장에는 룸톤 말고도, 이장원과 양아치의 작품들도 놓여있었다. 모두 ZERO1NE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 그룹이 후원한 아티스트들이다. 전시된 작품들에 관한 안내문 사진이다.




또한 여기서는 작년에 아트센터나비에서 본 롬톤의 <Depth of Circle> 작품이 들어온 입구 옆의 통유리벽에서 계속 상영되고 있었다. 영상과 잔잔한 음악은 좋았으나 역시 VR 헤드셋과 햅틱 조끼를 착용하고 감상하는 것과는 몰입도 면에서 많이 떨어지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영상미는 역시 롬톤이었다. 

위에 관련 브런치 링크를 걸어놓았으니 궁금하면 가서 보기 바란다. 




오늘 벼르고 벼르고 와서 본 작품은 룸톤의 <OS>이다.  





옆의 사진에서 여러분의 눈에 바로 들어오는, 

황동의 원형 바람개비들이 설치된 작품은 이장원 작가의 <윌슨(Wilson)>이란 작품이다. 


참고로, <윌슨>은 인격화 된 OS (Operating System)로서의 태양을 연출하고 있단다. 저 바람개비 안이 오므려졌다 열렸다 하며 모습이 바뀐다.



그 밑으로 내가 하늘색으로 표시해놓은 곳이 롬톤의 <OS>의 시연장이다. 

투명 플라스틱공 앞의 둥근 낭간 앞으로 관객이 서야 한다.


이 두 작품들은 'A.I. Operating System'이란 테마 아래 콜라보레이션으로 함께 설치해놓은 것이다.




룸톤의 <OS> 시연장을 옆으로 확대해보면 아래와 같다. 주인공 뒤로 보이는 영상이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그 Depth of Circle 영상이다. 


룸톤의 <OS> ,  출처 : 룸톤홈페이지


룸톤의 <OS> 작품에 대해 스튜디오에서 받은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가 적혀있다. 



OS 

가상현실&비디오 설치, 5분, 2018


<OS>는 근미래의 자율주행환경(near-future autonomous driving environments)을 상정한 가상 OS의 이미지를 담은 VR작품이다. 

관객은 가상의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과 데이터를 따라 실제와 가상의 경계로 다다른다.

OS는 원형의 빛으로 묘사되며, 관객이 직접 빛에 다가서며 접촉하는 물리적 행위를 통해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흐리고 인간과 OS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예쁘게 생긴 언니가 다가와 VR 헤드셋을 내 머리에 씌어주었다. 역시 예상대로 제대로 착용되지가 않았다. VR경험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헤드셋이 늘 문제이다. 내 머리에 너무 헐겁거나 아님 제대로 써지지 않아 내 눈동자의 반을 나누어 위로는 VR이 펼쳐지고 눈 아래에선 빛이 들어오며 전시장 바닥이 훤히 비치고...

아님 위생 안대가 내 시야를 가릴 때도 있고...

언니가 씌어줄 때부터 불안불안하더니만 역시나 눈 앞으로 VR과 눈 아래로 전시장 바닥이 동시에 비쳐 드는 아주 애매하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 씌어달라 부탁하기가 미안해 그냥 하기로 결정했다.


언니가 옆의 난간을 꼭 잡으라 하기에 힘껏 잡으며 먼저 준비를 했다.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VR이 시작되었다. 이걸 보려고 강을 건너고 칼바람을 헤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VR 헤드셋이 제대로만 착용되었더라면 더욱 몰두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가장 아쉽지만 말이다.


룸톤의 작품은 항상 처음에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배경이 서서히 드러나는 전주 부분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희미한 안개가 몽실몽실 피어오르며 도로의 간판들이 귀신처럼 서서히 내 주위로 등장했다. 아주 짜릿한 순간이다. 이때부터 진짜 같다는 환각에 빠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아주 리얼함이 내게 확 다가온다. 

드디어 달리는 거야~


어느새 나는 다른 자율주행차들과 함께 신나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길이 위아래로 언덕이 아주 심하고 휘어져 있었지만 달려 나가는 움직임이 아주 부드럽고 웅장하며 편안했다. 내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안갯속 배경들도 진짜 새벽에 달리는 것처럼 리얼하고 왠지 몽롱한 것이 아련해 보였다. 약간 어둡긴 했지만.


간간히 거대한 로봇팔들이 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거나 앞이나 도로 옆에서 불꽃을 튀기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치 SF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어 난 매우 흥분되었다. 앞으로 달려 나가는 속도가 빠르기에 옆의 난간봉을 꼭 붙잡으며 균형을 유지해야 했는데 잡으니까 어지럽거나 멀미가 나지 않았다.


 OS의 도로 장면들,  출처 : 룸톤 홈페이지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어느새 장면이 바뀌어 아래 사진처럼 해가 내 앞으로 떠 있었다. 저 원형의 빛이 바로 작품의 OS (Operating System)를 뜻하는 것이다. 

그 앞에 선 인간인 내가 자율주행 A.I. OS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장면이었다. OS의 빛은 따스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결국 기술과 인간은 서로 돕고 협력하는 우호적 관계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했다. 


OS의 마지막 장면,  출처 : 룸톤 홈페이지


헤드셋 씌어주던 언니가 내 팔을 부축해주며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리고 내 손을 앞에 있는 둥근 장치에 갖다 대란다. 위의 시연장 사진에서 헤드셋 쓴 사람 앞에 있는 투명 플라스틱공 안에 들어있는 노란 공이었다. 아, 그것이 바로 브로셔의 설명처럼 '관객이 직접 빛에 다가서며 접촉하는 물리적 행위'인 것이었다.


근데 손을 대긴 했는데 그 행위가 지금 보고 있는 VR 영상에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그냥 똑같았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앞에서 빛나는 해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영상은 끝이 났다.

 

에고 아쉬워라, 룸톤 작품은 5분 갖고 영 부족하다. 5분만 더 했으면 싶을 정도로 아쉬웠다. 다른 자율주행 자동차들과 함께 달리는 그 실재감과 속도감, 도로의 올라가고 내려가는 굴곡과 노란 가로등 불, 주변을 감싸는 희미한 안개구름은 최고의 VR효과를 자아냈다. 옆으로 빠르게 지나쳐가는 도로 옆 배경들도 진짜처럼 리얼했다. 


뭐, 작품이 가진 그 심오한 의미를 내가 다 캐치하진 못했겠지만 그냥 외면상으로 보이는 VR요소는 정말로 칭찬해주고 싶다. 작가팀이 게임엔진을 이용해 VR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들만의 예술적 감각과 터치가 더해져 더욱 상승효과를 낸 것이리라.  




아트선재나비의 <Depth of Circle>에서 큰 감동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자동차 후원의 ZERO1NE이 개최되었다는 소식과 거기에 소속 아티스트 룸톤이 나온다는 걸 전해 들었었다. 그날 몸이 좀 안 좋았지만 궁금하여 겨우겨우 찾아갔고 결국 룸톤의 남자 작가를 만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룸톤은 여자 작가와 남자 작가가 한 팀을 이루는 듀오이다. 


전시장의 2층에서 룸톤의 < In the Gray> VR영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세상에나, 이날은 작가님이 직접 내 머리에 바이브 VR 헤드셋을 씌어주시는 영예까지 입었다. 아프던 몸의 컨디션이 그냥 좋아지는 듯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세심하게 머리 위에서 씌어주며 헤드셋을 정확하게 착용시켰는지 여러 번 체크하셨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내 눈앞으로 VR영상만 보일 뿐 바닥이나 옆 그 어디서도 다른 빛은 새어 들어오지 않았다.  


이 작품은 베타 버전으로 나중 게임 출시도 염두에 두었다고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영상은 뭐, 말할 필요 없이 역시나 최고였다. 끝나고 내가 약간 무섭고 어지러웠다고 말하자, 작가님은 속도가 빨리 지나가서 그랬을 거라고, 원래는 좀 느린 건데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답변해주었다. 그리고 십 분간 이야기를 더 나눈 후 난 밖으로 나왔다. 


작가님은 초면에는 대학생처럼 어리게 보이셨지만 말씀하시는 건 굉장히 묵직하면서 점잖으셨다. 그의 명함까지 챙겨가지고 나왔을 땐 마치 한 편의 다른 세상을 다녀온 듯싶게 굉장히 기분이 업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내 몸도 개운해졌다. 


룸톤의 팬이 된 나는 언젠가 그들의 멋진 영상에 나의 브라잇 동맹 이야기를 덧붙일 날을 고대한다. 그만큼 그들의 기술과 예술성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최근 룸톤이 AR 안경 LetinAR과의 협업으로 2019 CES를 다녀왔고 2019 MWC에서도 쇼케이스를 열 것으로 알고 있다. 나만 좋게 본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들의 AR작품도 함 보고 싶다. 무겁고 답답한 VR 헤드셋이 아닌 AR 안경에서 보이는 그들의 영상미가 참으로 궁금하다.   


흥미 있으신 분이라면 룸톤의 홈페이지에 방문해보시길. 그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롬톤 홈페이지 : https://www.roomtone.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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