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8. COMEUP2019에 다녀오다
평소 나의 브런치에는 내가 직접 연재하는 판타지 소설과 실감현실이나 가상현실(VR) 같은 테크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 부류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엔 특별히 푸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즘 실리콘밸리의 가장 핫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Beyond Meat의 주식값이 IPO 이후 급등했다는 말을 듣고 불과 얼마 전까지도 사볼까 하여 한동안 그곳의 주식차트를 관찰한 적이 있다. 얼마 동안 정말 넷플릭스 주가 저리 갈 정도로 쭉쭉 오르더만 겁이 나서 결국 사지 않았고 이후 주가는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럼 곤두박질쳤을 때 오를 것에 대비해 주식을 샀느냐고? 소심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딱 눈 감고 사지도 못했다.
그러나 누구나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근미래에 푸드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의식주는 무조건 해결되어야 할, 가장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필수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때에 마침 동대문 DDP에서 COMEUP2019 행사가 열리었다. 스탠퍼드대학 푸드이노랩 김소형 박사님이 연사로 나오셔서 귀중한 강연을 들려주었다. PPT의 그림과 색상이 예뻐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아래로 스크롤하시어 한번 감상해봐도 좋겠다.
그녀가 있는 스탠퍼드 디자인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이 6개의 분야로 나누어진다.
그중 오늘의 주인공 푸드디자인 분야에 속한 푸드디자인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럼 푸드디자인, 아니 더 넓게 푸드테크(Food-Tech)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푸드(Food)와 관련된 혁신(Innovation)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며 식재료와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모든 과정에 들어가는 다양한 분야를 혁신시키려는 영역 모두를 의미한다.
스탠퍼드 푸드디자인랩은 아래와 같이 3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1) 음식은 미래에 어떻게 변할까?
2) 주방은 미래에 어떻게 변할까?
3) 레스토랑은 미래에 어떻게 변할까?
즉 음식을 생산하고 먹고 소비하며 즐기는 그 모든 과정을 다루어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과정'과 '체험', '경험'이 더없이 중요해진다.
아래 사진을 보면 작년 한 해 음식과 음료 브랜드 별로 꽤 많은 벤처투자를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 1위는 대체육, 대체식품 스타트업인 Impossible Foods이다. 내가 관심 있던 Beyond Meat은 6위 정도이다.
그녀는 두 눈을 불끈 뜨며 다음과 같이 힘주어 강조하였다.
지금 실리콘밸리는 음식의 미래에 대한 시연장으로 변모해가고 있어요.
이건 굉장히 중요하고 주목해야 할 변화예요.
그럼 그녀가 보여준 실리콘밸리에서 핫한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해 함 알아보자.
작년 한 해 최고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추앙받은 Impossible Foods이 있다.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여 가축을 키우는 데 일어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가축 고기의 항생제 남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Impossible버거와 빌 게이츠, 구글에서 벤처투자를 한 것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의학대학에서 SPINOFF 한 회사로 DNA 염기서열해독으로 고기를 만든다고 전해진다.
만약 여기가 상장하면 나도 한번 주식을 사볼까 생각 중이다. 비욘드미트보다 더 유명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 번쯤 바다 오염과 불법어획으로 근미래에 물고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전망을 들어봤을 것이다.
세포배양으로 인공 참치를 만들어 제공하는 Finless Foods 란 스타트업이 있다.
아래 보면 진짜 참지와 색깔도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참으로 신기하다.
미국 나사(NASA) 탄소순환기술을 적용시켜 공기 중의 탄소를 미생물로 추출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Air Protein 이란 스타트업이 있다.
아래 사진의 단백질 가루가 고기 대신 먹는 거란다. 세상에나, 어떻게 공기에서 저것을 만들어낸단 말인가? 이건 무슨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다.
바이오해킹 방법을 이용한 다이어트, 미용 음료들이 아래와 같이 출시되었단다.
그리고 왼쪽의 H.V.M.N 음료는 마시면 슈퍼휴먼으로 변신한다고 광고하는데 현재 미국 US military에서 구입할 예정이란다. 군인들이 힘이 빠질 때 마시면 에너지를 돌게 해줄 테니 말이다.
최근에는 비건(Vegan) 운동이 유행이다.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주인이 비건이면 강아지 사료도 비건으로 사주고 싶은가 보다.
그래서 아래처럼 비건 개사료도 나오는 추세. 근데 개들에게 진짜 괜찮은 걸까??
김 박사님은 다시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내셨다.
이 모든 푸드테크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
가 있다. 우리는 특히 환경보호에 민감히 반응하는 Z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는 음식의 맛과 경험에 집중했다면 Z세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긴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안전한 성분으로 이뤄진 식품이라면 그들은 기꺼이 소비한다. 자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적 식재료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은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사실 Z세대는 푸드뿐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같은 공룡 IT회사들이 주목하는 신세대가 아니던가?
생수는 보통 플라스틱병에 들어있다. 전 세계에서 엄청나게 버려지는 생수통 플라스틱들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요즘 미세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쓰레기로 바다생물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연일 들려온다.
그래서 한 스타트업은 물을 아래와 같이 만들었다.
젤리처럼 그냥 물을 먹으면 된다.
"더 이상 물을 마시지 마세요~"
어떤 스타트업은 남은 빵으로 맥주를 만드는가 하면,
어떤 곳은 포도껍질과 나무줄기를 모아 운동화를 만드는 가죽을 생산한다.
닭털과 줄기를 모아 아래와 같이 플라스틱도 만든다. 보면 볼수록 놀라고 놀랄 뿐이다.
이쯤에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설명을 마치고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아래 스타트업은 여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제주도의 '미역'을 주 재료로 옆에처럼 '노리버터 (단맛과 짠맛이 동시에 )'를 개발, 현재 발효빵으로 유명한 타르턴베이커리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음식 사진에 검게 보이는 점들이 미역이란다.
김 박사님은 특히 한국음식 중 '슈퍼푸드'가 많단다. 만약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 깊이 생각하여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현재 미국에서 '김'이 슈퍼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김 공급을 태국 회사가 주로 한단다. 알아보니, 한국의 김이 태국으로 수출되고 거기서 가공되어 미국으로 오고 있었다.
한국 창업자들이 김을 가공하여 직접 수출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서양에서,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한국의 채식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데 이것도 굉장히 가능성 많은 것 같다고 귀띔해 주었다.
판타지 소설 '브라잇 동맹'은 이상한 아이스크림 가게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요정이 만든 놀라운 맛과 모양의 아이스크림에 롤리마을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저자인 나는 의도적으로 아이스크림 가게를 소설 초반에 넣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아이스크림'은 '판타지'이다.
난 외국 여행을 갈 때마다 항상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습관이 있다. 특히 유제품이 든 아이스크림만 선택한다. 샤벳은 별로. 한국 서울에서 먹는 거나 인도 뉴델리에서 먹는 거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먹는 거나, 약간의 맛 차이만 있을 뿐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결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만족하는 편이다.
난 세계 어디에서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인상을 찡그리거나 화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녹는 순간 그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바로 그 점이 날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판타지와 닮았다고 여겼다.
여담으로 요즘 가상현실 VR을 직접 경험하면서 드는 생각이 그냥 그 자체만으로는 흥행이 되기 힘들겠구나란 점이다. 우선 무겁고 눈 화장을 지우는 HMD를 점점 쓰기 싫어지고, 그것을 벗고 현실에 돌아오며 가짜였구나 란 감상이 늘 남는다.
그런데 만약 아이스크림과 가상현실을 연관 지어 본다면? 그 연결고리는 당연 콘텐츠이고.
사람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하고 원초적인 미감과 연결된다면 어떨까 란 상상이 계속 드는 건 어떤 이유일까?
아마 내가 이 두 가지에 개인적인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
Impossible Foods 자료를 찾다 보니 지금은 대체육이지만 곧 유제품도 개발해볼 예정이란다.
그들이 만든 재료로 내 소설에 나온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면 어떨지?
그냥 생각만 해도 너무 궁금하고 흐뭇하다.
강연을 들으면서 '음식은 문화'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푸드 테크 기업들은 결국 고객이 그들의 제품을 먹으면서 '더 나은 경험과 체험'을 하길 바라고 있다.
근데 꼭 이런 어렵고 실험실적인 테크 기술이 아니더라도 이야기가 있고 판타지가 섞인 음식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모든 분야에서 그 한계나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중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