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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Aug 02. 20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수진이 비장한 눈빛으로 시작 신호를 보내자 다들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숙연해졌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저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했다.


 그녀가 MP3를 켜서 노래를 틀자 처음 곡과 동일한 가수의 히트곡 ‘할아버지가 따라주신 술’이 소라껍데기를 통해 방 안으로 울려 퍼졌다. 이 곡은 수진의 엄마가 좋아하던 노래 중 하나였다. 안무는 수진이 직접 만들었는데 최대한 귀엽고 애교스러운 동작들로 구성되었다.    


 예를 들면, 깜찍한 윙크를 하면서 손가락으로 만든 총으로 거인들을 향해 빵빵 쏘아대거나, 사탕을 물은 듯 잔뜩 부푼 뺨을 양 손으로 꾹 찌른 후 귀여운 표정으로 씽끗 웃기도 하고, ‘아이 몰라~’하는 포즈로 귀엽게 몸을 살짝 흔들어대기도 했다. 놀랍게도 레빌과 이안, 카할이 연습할 때와는 완전 다르게 귀엽고 앙증맞게 춤을 추었다. 다들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노래가 진행되던 중 펜카르의 손에 좀 전에는 없던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그는 그것은 다른 거인들에게 전달하고 발로르의 귀에다 뭐라고 속삭여댔다. 


 곧 노래에서 “할아버지가 따라주신 술~”이란 가사의 후렴구가 나오자, 이안과 카할의 치마 속에서 붉은 액체가 든 유리병들이 나오며 앞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각자 한 병씩 들어 거인들에게 나눠주었다. 발로르의 것은 브리아레오스의 손이 대신 받았다. 다행히 넉넉하게 갖고 와서 5명 모두에게 다 돌아가고도 두 병이나 남았다. 거인들은 병 채로 입안에 넣고 씹어댔다. 유리가 와르르 으스러지고 갈리는 소리가 그들에게까지 들려왔다. 정말 닭살이 돋고 소름이 끼쳤다.


 흥이 난 토백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피 묻은 양손으로 박수를 쳐가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박수를 칠 때마다 붉은 피가 여기저기 튀고, 이안에게 튀어왔을 때 그는 얼른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브리아레오스도 의자에서 일어나 빈 공간으로 가더니 백 개의 팔을 제멋대로 흔들며 흐느적거렸다. 

 착치는 노래 비트에 맞춰 큰 이빨을 시계추처럼 왼쪽 오른쪽으로 열심히 움직였고, 펜카르는 테이블 옆으로 나와 선 채 마치 음악에 맞춰 권투 연습을 하듯 펀치를 허공에 날리며 신나게 발을 굴렀다.

 발로르만이 가만히 앉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테이블 위에 얹어둔 그의 손가락들이 노래에 맞춰 까딱거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준비한 노래가 모두 끝이 났다. 그러나 발로로의 명령으로 멈추라고 할 때까지 그들은 또다시 노래에 맞춰 춤을 춰야만 했다. 기분 좋게 한잔 들이 킨 그가 고개를 돌려 외쳤다.

 

“좋아, 아주 좋아. 바로 이런 깜찍한 것을 원한 거라고. 근데 ‘티폰’ 이 자식은 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내 생일잔치를 알리긴 한 거야?”


 토백이 순간 “아, 맞다.”하며 요란하게 박수를 치자 피가 사방으로 튀어 생일의 주인공 형님의 존귀한 얼굴에까지 묻었다. 그가 손수 손수건을 들고 와 피를 닦아주며 대답했다.

   

“제가 그분을 마지막으로 본 유일한 거인일 겁니다. 지금 티폰 형님은 땅속 깊숙이 들어가셔서 열심히 용암을 퍼먹고 계십니다. 오랫동안 불을 내뿜지 않았더니 화력이 예전 같지 않게 약해지셨다네요. 그래서 주인님이 요양을 다녀오라고 시켰답니다. 제가 형님을 지하의 제일 뜨거운 곳으로 요양을 보내드렸지요.”


“그럼 언제 지상으로 나오는 거야?”


“때가 되면 알아서 나오겠지요. 아이..근데..왜 이리 졸릴까?”


 토백이 말을 끝냄과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조금 있으려니 착치와 브리아레오스, 펜카르도 차례로 쓰러지며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들은 술에 잔뜩 취해 잠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실 은밀한 계획이 하나 숨어있었으니 아까 무희들이 건넨 병에 그 원인이 있었다. 바로 레빌이 만든 강력 수면제가 듬뿍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춤을 추고 있는 와중에 어서 발로르도 곪아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멀쩡한 것이었다. 물론 눈을 감고 있어 자는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손가락의 꼼지작거림으로 보아 아직 깨어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꼼지작이 멈추었다.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그들도 춤을 멈추었다. 카할이 테이블 위에 올려둔 그의 손가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발로 살짝 건드려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카할이 뒤돌아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잠들었어.”


 그런데 그때, 그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표정에 공포가 떠올랐다. 수진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직 아니야, 어서 피해!”


 카할이 급히 뒤를 돌아보니 발로르의 손바닥이 그의 머리 위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잠든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벌레를 잡듯이 손바닥으로 내리치려 하자 그는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다른 이들 역시 뿔뿔이 흩어져 테이블 모서리 끝으로 마구 달리었다. 이안이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레빌을 향해 짜증이 난 어투로 물었다.


“아니, 쟤도 분명 마셨는데 왜 안자요? 아저씨가 혹시 한 병 빠트리고 약을 안 넣은 거 아니에요?”


“아니야. 확실하게 다 넣었다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기억력은 말처럼 정확하지 않았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전날 저녁으로 돌아가 보자. 창고에서 유리병 7개에 와인을 다 채워 넣은 후, 약초뿌리를 갈아 만든 강력 수면제 가루를 4번째 병까지 넣던 레빌은 갑작스러운 복통을 느꼈다. 창고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잠시 헷갈려 5번을 건너뛰고 6번에 넣은 것이다. 그 5번째 병이 하필 발로르의 입으로 들어간 것이리라. 


 세상사 일이 참으로 그렇지 않은가? 어떤 상황이든 누구에게든 재수 없는 일은 꼭 일어나기 마련인 것이다. 이건 생명체가 시작된 이래 쭉 이어온 만고의 진리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겠다.

      

 발로르는 아까 그들이 서있던 곳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것도 없자 무섭게 화를 내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탕탕 내리쳤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그들의 몸이 따라 정신없이 흔들렸다. 그러다 그의 동작이 딱 정지해버렸다. 혹시 잠이 들었나 싶어 그들이 살금살금 다가가려는 순간, 그의 입술 양쪽 끝이 살며시 올라갔다. 어린아이가 나긋하게 고양이를 부르듯 비슷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들의 몸에 소름이 쫙 끼쳐오며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귀염둥이 무희들아, 어디 있니? 나랑 재밌게 놀자꾸나. 숨바꼭질을 하고 싶은가 보구나? 좋다. 내가 잡을 테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이지 않게 꼭꼭 숨어라. 자, 이제 찾는다.” 


 그의 두 손이 카할이 있는 테이블 끝 모서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가 날렵하게 손을 폴짝 뛰어넘었다. 이번엔 그의 손들이 레빌이 있는 쪽으로 쓰윽 다가갔다. 도중에 길을 가로막는 접시가 있으면 무자비하게 밀쳤는데 바닥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레빌도 그의 손을 뛰어넘으며 반대방향으로 겨우 피해갔다. 다시 손이 움직이더니 이번엔 수진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녀는 접시가 가득한 곳에 숨어 있었는데 도망치려다 파이접시에 무릎이 걸려 그만 그 안에 빠지고 말았다. 


“아얏!”


 그녀의 비명에 그의 두 손이 민첩하게 날아와 접시를 확 낚아채 들었다.


“한 명 잡았다. 꼭꼭 숨으라고 했는데 잡힌 놈은 내 밥이다.”


 발로르가 접시를 입 앞으로 갖다 대더니 천천히 그것의 끝을 들어 올렸다. 다행히 파이 끝에 파묻혀 앞으로 미끄러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파이가 통째 그의 입안으로 돌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몸부림을 쳤지만 끈적거리는 파이 때문에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다.


 이안이 거인의 머리 위로 불쑥 나타나더니 눈꺼풀을 감은 쇠스랑 위로 점프해 내려왔다. 그리고 거기에 발등을 끼고 거꾸로 매달린 채, 카할이 밑에서 던져준 두 병의 수면제와인을 벌린 입 안으로 날렵하게 따라 부었다. 빈 병은 옆으로 던져졌다. 


 1, 2, 3초 후, 거인의 입이 다물어지며 동작이 딱 멈추었다. 파이의 1/4이 여전히 그의 입 밖에 남아있었고, 수진은 그의 다문 입술을 두 손으로 밀치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이안이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거인의 몸을 타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거인의 두 손이 힘없이 내려졌지만 그는 파이접시를 꽉 문 채 깊은 잠에 빠지었다. 



 어느새 레빌과 카할도 바닥으로 내려와 모두 무사함을 기뻐했다. 그녀는 파이가 덕지덕지 붙어 안쓰러운 모습이었지만 목숨을 건진 것에 대해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안에게 고맙다고 전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머리와 드레스에 붙은 파이를 말없이 털어주었다.     

 

 여기저기 깨진 접시들을 지나고, 널브러져 자고 있는 거인들을 피해 조심조심 문으로 걸어가는 것도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가는 동안, 카할의 가발과 뾰족구두는 어느새 사라지고 덥수룩한 머리에 맨발이 되었다. 레빌도 똑같이 맨발에다 머리 위에 썼던 면사포 모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드레스 아래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이안은 치마 부분을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아름다운 드레스가 찢겨나가는 것을 본 수진의 마음은 무척이나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빨리 브래지어를 빼 달라고 그녀에게 등을 내밀었다. 브래지어와 뾰족구두를 벗고 그녀가 핸드백에서 꺼내 준 운동화를 신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수진 역시 파이로 뒤범벅된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지만 여분의 옷이 없었기에 드레스는 그대로 입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혀 불만은 없었다. 아직도 살아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행렬의 앞에서 레빌이 아이들을 재촉했다.


 “어서 서두르자꾸나. 저 수면제는 우리에게 1주일 효력이 있지만 거인에게는 많아야 이틀이야. 그 안에 망치를 찾아서 나가야만 해. 어서 가자고.”


 그들은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나왔다. 어두운 복도로 나오자 다들 이제 살았다는 실감이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이안이 기다려달란 말만 남긴 채 불쑥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말이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도깨비불 아래 펼쳐진 어두컴컴한 복도를 바라보며 다들 초초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고 그가 뛰쳐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게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물론 낯설고 위험한 곳에서 길게 떠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복도를 따라 걷는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카할이 속삭이는 어조로 물었다.


“성이 너무 커서 이틀이 넘어가겠는데. 도대체 토르의 망치는 어디에 둔 걸까?”


“그렇게. 아까 수면제 먹이기 전에 기회를 봐서 한번 물어보기라도 할걸.” 


 이안이 대답했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 허무맹랑하다는 점을 즉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참, 거인들이 잘도 알려줬겠다.’ 


 다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도깨비불들이 한꺼번에 확 꺼져버렸다. 주위가 칠흑 같이 어두웠다. 이안이 마법지팡이를 꺼내 불을 밝히려는 순간, 복도 구석의 한 낡은 문 앞으로 도깨비불이 화들짝 나타났다. 그들은 흠칫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저기로 가보자.”


 먼저 발걸음을 뗀 이안의 말에 수진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거부하자, 레빌이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알려주었다.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도깨비불을 따라가라는 속담도 있단다. 아마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저들이 도와주려나 봐.”


 그들은 도깨비불을 향해 조심조심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방문이 스르륵 열리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을 초대하는 것만 같았다. 방안은 수백 개의 초가 밝혀진 샹젤리제와 화덕이 있는 주방이었다. 밝은 곳을 만나니 우선 반가운 마음에 안으로 들어서긴 했지만 내심 두려움도 점점 커져갔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뭔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안은 특히 그랬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방금 전까지 생일잔치가 한창 벌어졌던 방은 이제 거인들의 코 고는 소리로 가득 찼다. 다들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끼이익~”


  문이 활짝 열리고 찢어진 청바지, 박스 티셔츠, 화려한 힙합풍의 보석 목걸이를 걸고, 최신 유행의 검정 운동화를 신은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챙이 긴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있었는데 모자 옆으로 드러난 한쪽 귀에 단 사파이어 귀걸이가 영롱하게 빛이 났다. 뒤이어 두 명의 키클로프스족 거인들이 따라 들어왔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 순간 발로르와 토백을 제외한, 잠을 자던 모든 거인의 눈꺼풀이 살며시 떠지는 것이 아닌가? 발로르는 입을 조금 벌리더니 멈추었던 파이 먹기를 다시 시작했다. 눈꺼풀이 없어 눈을 뜬 채 대자로 누워있던 토백의 눈알들이 제각각 돌아가다가 문 쪽을 바라보고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남자에게 굽신거리며 다가오더니 두 손을 공손히 모아 예를 차리고 흉측하게 찢어진 입을 실실거렸다.


“그렇게 차려입으시니 전혀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주인님. 샌드펜으로 보내신 전갈대로 해독제를 먹고 잠자는 연기를 하였습니다만, 그것들이 예상하신 대로 향했는지요?”


 주인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주위를 향해 요란하게 박수를 치고 크게 소리쳤다.


“자, 이제 그만. 아주 훌륭했어요. 발로르 형님도 그만 좀 드세요.”


 마법이 풀린 것처럼 누워있던 거인들이 하나 둘 깨어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인님 앞으로 몰려와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발로르도 입안에 물은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브리아레오스의 도움으로 방향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놀랍게도 그들은 전혀 잠든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뺨치는 연기력으로 레빌과 아이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수면제는 그들의 기대와 달리 전혀 소용이 없었다.


 젊은 남자는 깨진 접시 더미 사이를 우아하게 지나 벽난로 위에 놓인 은쟁반 앞에서 멈추었다. 낮은 억양이 섞인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바로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의 임무는 여기서 끝났다. 돌아가라. 때가 되면 부를 것이다.”


 남자가 손바닥을 쟁반에 갖다 대자 그것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손을 댄 부분에서 하얀 연기가 밖으로 튀어나와 블랙홀처럼 점차 확대되어갔다. 가까이 있던 펜카르가 그것에 팔을 집어넣자 순식간에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이어 다른 거인들도 차례로 들어갔다. 거인들을 단번에 삼킨 연기는 그의 주문으로 바로 사라져 버리고, 쟁반은 회전을 멈추었다. 남자만 홀로 남은 주변은 아주 조용하였다.


 그는 방금 전 발로르가 앉았던 의자로 다가와 앉았다. 잠시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모자 아래로 그의 한쪽 입술 끝이 살며시 올라가며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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