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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Oct 26. 2022

오마카세 계란 프라이

- 왜 자꾸 질척거려?! 

숨바꼭질은 심장이 조여드는 서스펜스 & 호러 놀이야. 


어렸을 때 외갓집에 놀러 갔는데 사촌 아이들도 왔더라고. 우리는 숨바꼭질을 했어. 


나는 장롱 문을 열고 그곳에 숨으려고 했는데 술래가 금방 찾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장롱 안에 쌓아둔 이불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숨었어. 


잠시 후, 술래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어. 


이윽고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갑자기 장롱 문이 활짝 열렸을 때는 숨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지.


술래가 장롱 안을 두리번거렸지만, 내가 이불 틈 사이에 숨어있는 것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그냥 가버렸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깜빡 잠이 들어버렸어. 


한참 후 난리가 난 거야. 마당에서 외할머니와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 


"얘가 대체 어딜 간 거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이불 틈에서 기어 나와 마당으로 나갔어. 엄마는 안도하면서도 걱정을 시킨 게 화가 났는지 나의 등짝을 때렸어. 


할머니가 말리시더니 정말 다행이라며 나에게 계란 프라이를 해주시더라고. 솥뚜껑에 참기름을 두르고 해 주셨는데, 그것은 오마카세 계란 프라이였어. 



그때처럼 계란 프라이가 아주 특별한 음식이 된 적이 있었어. 


군 생활할 때 생일인 병사에게는 특식으로 계란 프라이가 나왔어. 취사병들은 2백여 명의 부대원들이 먹을 계란 프라이를 일일이 만들기가 어려우니 생일인 병사에게만 특식으로 준 거야. 


대단한 음식도 아니건만 식판 위에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는 것을 보니 감동이 됐어. 상병이나 병장이 되면 별 감흥이 없어지지만 일, 이병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찌릿했거든. 


군대라 아무 기대를 안 했는데, 내 생일을 챙겨주니 고마운 생각이 들었어. 인심 좋은 취사반장은 계란 프라이를 한 개 더 얹어주기도 했지. 


감동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어. ‘이걸 숟가락으로 으깨서 밥에 비벼먹을까, 아니면 그냥 입에 그대로 넣고 맛을 음미하면서 오물오물 먹을까?’ 


어떻게 먹든 신파극이 시작됐어. 계란 프라이를 먹는데 괜스레 집 생각이 나고, 가족도 그리워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거든. 


코를 훌쩍거리며 목이 멘 상태로 밥을 먹다 보니 계란 프라이 맛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감성을 더 자극했어. 



참 이상한 것이 휴가 때 집에서 계란 프라이를 10개나 해서 먹었건만 부대에서 먹을 때처럼 맛있지가 않고, 아무 감흥이 생기지를 않는 거야.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는 지난날들이 자주 생각나. 오늘은 입맛이 없어 대충 한 끼 때우려고 계란 프라이 두 개를 해서 김치에다 먹었어. 


계란 프라이를 보자 문득 군 생활할 때의 생일이 떠올랐지만, 역시나 별 맛은 느껴지지 않더라고. 


한숨과 고단함이 그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줬으니 그러고 보면 이 시련이나 고난은 나름 관대한 편이야. 그래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 좀 질척거리고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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