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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24. 2021

역회전, 급강하 트라우마

- 불행과 불안은 마하의 속도

어렸을 때, 친구와 둘이 다른 학교 놀이터로 놀러 간 적이 있어. 사립 초등학교였거든. 


부티가 좔좔 흐르는 쌍둥이 두 명이 우리가 이방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당장 나가라며 텃세를 부렸어. 


우리가 회전 놀이기구 뺑뺑이를 타면서 싫다고 하니까 그들이 내기를 하자는 거야. 


"뭔 내기?"


내가 묻자 그들이 대답했어. 


"우리가 이걸 돌릴 테니까 여기서 내리지 않으면 맘대로 놀아도 돼" 


시시한 내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예상과 달리 쌍둥이 두 명은 뺑뺑이를 엄청 빠르게 돌렸어. 


1분 정도가 지나자 눈앞이 핑핑 돌더니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토가 나오려고 했어. 


당장 세워달라며 애원하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지기가 싫어서 꾹 참았어. 그러다가 밖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바라보니 어지럽지 않더라고. 



비행 훈련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만큼 어렵고, 고통스럽대. 특히, 전투기는 빠른 속도로 급상승, 급강하하고, 360도를 회전하거나 720도를 역회전하잖아. 


그러니 모의 비행을 할 때도 고통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대.


고된 비행 훈련을 할 때, 긴장과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대. 


밖을 내다보지 않고, 계기판만 쳐다보는 것이래. 그럼, 정신이 집중돼서 고통을 덜 느끼게 된다는 거야. 회전 놀이기구 뺑뺑이와 비슷한 원리지. 


인생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뺑뺑이 같을 때가 있고, 무서운 속도로 급강하하는 전투기의 조종석 같을 때도 있어. 


불행과 불안이 전투기처럼 마하의 속도로 몰려올 때도 있는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더 고통스러워져. 


그래서 딱 하나에만 정신을 집중해보곤 해. 하늘을 바라보듯... 계기판만 쳐다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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