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끝나지 않은 술래잡기
술래가 어딘가에 숨어있는 아이들을 찾는 놀이를 숨바꼭질이라고 하는데, 술래잡기라고도 하지.
놀이 방법과 규칙이 전혀 다른 술래잡기도 있어.
술래의 눈을 수건으로 가린 채 아이들이 손뼉을 치면서 이리저리 달아나는 것도 술래잡기라고 하잖아.
이 놀이는 술래가 누군가를 잡으면 끝나는 게 아냐. 술래는 자신이 잡은 누군가의 얼굴이나 옷, 몸을 더듬어보고 이름까지 맞혀야 돼.
나는 술래가 돼서 수건으로 눈을 가리면 무척 불안하고 무서웠어.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눈앞이 깜깜한 게 더 불안하고 무서웠지.
군 생활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 그때는 거의 매일 집합이 있었거든. 포병부대라 견인포를 넣어두는 포상이 집합 장소였지.
달빛조차 없는 밤, 포상 안은 집합을 시킨 선임의 형체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컴컴했어.
그의 주먹보다 어둠이 더 불안하고 무서웠어. 언제, 어디서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모르니 불안감과 두려움이 극에 달하는 거야.
초승달이라도 뜬 날에는 선임의 형체가 어렴풋이나마 보여서 주먹으로 더 세게, 더 많이 맞아도 두렵지가 않고, 별로 아프지도 않았어.
술래가 돼서 수건으로 눈을 가린 것도 아니고, 어두컴컴한 포상 안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매일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와.
미래를 전혀 알 수가 없고, 보이지도 않아서겠지.
오늘은 밤하늘에 반달이 떠있었어.
은은한 달빛이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반달을 보니 마음이 편해졌어.
마음속에도 불안감과 두려움을 밀어낼 달 하나를 띄워봐야겠어. 달빛이 휘영청 밝지 않고 반딧불처럼 희미해도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