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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Jan 12. 2020

영화로 영어 공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지금 당신이 하는 방법보다 10배는 효과적일 것이다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암기한 것을 기억해 내는 행위가 아니다.     


영어는 '영어'로 '사고'(추측, 상상, 추론, 비판, 감상 등)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스스로 깨달아(자각)'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 팩트를 놓치고 영어 공부를 한다면 헛수고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 쓴 <영어공부의 허튼짓, 단어 암기><새해에도 당신은 영어가 안된다> 두 글을 읽고 난 후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화 또는 미드/영드로 영어를 공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따라 하길 바란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해야 효과가 좋다. 우리가 학교에서 했던 문법-해석학적 방법(Grammar Translation Methed)은 왜 이렇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어떤 선생님도 그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이유도 없는 것이다.   


우선 자신의 수준에 맞는 혹은 관심 가는 영화(또는 미드/영드)를 선택한다. 내용이 좀 뻔하더라도 쉬운 영화를 선택하기 바란다. 영상만 봐도 대략의 내용이 추론 가능해야 한다. 좀 오래된 영화이지만 나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The Weather Man>을 선택해 보았다.


https://youtu.be/vZIIKsnM6MM


방법의 핵심은 한국어 자막을 보거나 한국어로 해석하는 습관을 버리고 오직 영어로만 승부하는 것이다. 추측과 추론을 통한 게싱(Guessing)이 핵심 방법이다. 다른 전문 용어로 통밥, 겐또, 눈치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영-한 사전을 찾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기 바란다. 답답해서 죽을 거 같으면 죽지는 말고 영-영 사전만 스스로에게 허락하자.

 

3가지 게싱이 핵심이다.


Story Guessing, Sentence Guessing, Word Guessing. 숲 --> 나무 --> 잎 순으로 보듯이 Story --> Sentence --> Word 순으로 전체를 이해하고 나서 세부적인 것으로 들어가야 효과적이다.


1. Story Guessing: 이 과정은 종이나 연필 없이 머릿속에서만 한다. 영화를 자막 없이 한 번 보고 나면 못 알아들은 부분이 많아서 이야기 곳곳에 구멍이 많이 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작가가 되어 구멍 난 곳을 상상과 추측을 통해 매워가며 이야기를 완성해 보는 과정이다.


2. Sentence Guessing: 대사를 들리는 대로 받아 적는 과정이 다. 띄엄띄엄 들린다면 들리는 것만 받아 적어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도 발음 나는 대로 철자를 추측하여 적어본다.


3. Word Guessing: 영어 자막을 확인한 후 모르는 단어의 뜻을 주변의 모든 단서를 총동원하여 추측해 보는 과정이다.




1단계 〉〉 사전 조사하기


imdb.com에서  <The Weather Man>의 공식 홈 페이지를 찾아간다. 영화의 배경과 등장인물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다. 배우들의 출신지를 살핀다. 배우의 출신지와 이력 등에 대한 정보는 흔히 Cast/ Biography라는 메뉴에 나와 있다. 배우들이 배역에 맞추어 영어 발음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출신지 발음을 한다. <The Weather Man>은 Chicago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Nicolas Cage의 아버지로 나오는 Michael Caine의 발음은 어딘가 모르게 미국인의 발음이 아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람이 영국 출신임을 알 수 있다. 영어 발음을 들을 때 어느 지역 발음인지 알고 들으면 나중에 매우 도움이 된다.


사전 조사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알아듣기 어려운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낯선 지명 때문에 초반부터 헷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 해서다. 특히 일반인들이 모르는 전문 용어들을 미리 알고 들으면 골탕을 덜 먹는다.  <ER(Emergency Room)>, <Grey's Anatomy>, <House M.D.>등 의학 드라마를 보거나 <Silicon Valley> 같은 IT 시트콤을 보게 되면 관련 분야의 전문 용어가 자주 튀어나와 가뜩이나 안 되는 Listening에 초를 친다. 이런 전문 용어를 가리켜 jargon이라고 한다. 원어민들도 jargon들을 낯설어하니 부담 갖지 말고 모르면 넘어가라.


2단계 〉〉 Story Guessing


자막을 끈 채로 영화를 끝까지 본다. 못 알아듣는 부분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말고 우선 끝까지 본다. 전체 이야기는 대충 파악이 되지만 내용이 이해가지 않는 장면이 꽤 나올 것이다. 그런 장면들을 다시 한번 보면서 추측과 상상을 통해 전체 내용을 완성해 본다.


<중요> 이 단계에서 (영어) 자막을 켜는 일이 절대로 있어 서는 안 된다. 자신이 들은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잠시 자막을 켜고 보는 것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언어는 소리부터 접해야 하는데 우리는 영어를 그렇게 배우지 못했다. 문자를 잠시 차단하고 배우의 입을 보면서 소리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해 보도록 하자.


3단계 〉〉 Sentence Guessing


2단계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 중 몇 개를 선택하여 Sentence Guessing을 한다. 영화 전체를 이 잡듯이 분석할 생각을 버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의 대화를 집중해서 공략한다. 대사 하나하나를 다 이해하겠다고 덤비면 오래가지 않아 포기하게 된다.


선택한 장면의 대화를 ‘구간 반복’ 설정하여 재생을 시켜 놓는다. 이때 특정 문장만 안 들린다고 그 문장만 반복시키지 않도록 한다. 한 문장만 반복시키지 않는 이유는, 문장은 단독으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뒤 대화를 통해 문맥을 이해하는 것이 Listening의 과정이다. 반드시 앞 뒤 대사를 포함한 구간을 반복시켜 놓고 듣는다. 구간 반복이 진행되는 동안 간단한 단어라도 들리는 대로 모두 적어본다. 안 들린다고만 하지 말고 자꾸 추측해 본다. 영어가 표음 문자라서 누릴 수 있는 사치다. 표의 문자를 쓰는 중국어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과정이다.  


드디어 영어자막을 켠다. 자신이 추측한 내용들과 비교한다. 적어 놓은 단어가 나오는지, 발음대로 추측한 철자가 맞는지. 아는 단어들도 연속적으로 발음이 되면 전혀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심지어 두 단어가 전혀 엉뚱한 단어로 들릴 때도 있다. 한 예로, 나는 ‘eat about’이 ‘invite’로 들리기까지 했다. 영어는 실제 상황과 유사한 authentic 한 자료를 가지고 익혀야 하는 것임을 여기서 절실히 깨닫는다.


<The Weather Man> 중 아버지와 아들이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것 같아 50분 41초~51분 07초 사이를 구간 반복했다. 자막을 켜면 다 음과 같다.


아버지(Micheal Caine): to get anything of value, you have to sacrifice
아들(Nicolas Cage): I know that dad, but I think if we continue down this road, it’s going to be too detrimental for the kids. It’s just too hard
아버지: Do you know, the harder thing to do, and the right thing to do, is usually the same thing. Nothing that has meaning is easy. ‘Easy’ doesn’t enter into grown-up’s life.


hard라고 들린 게 harder였구나, deserment라고 발음대로 적어 본 것이 실제로는 detrimental이었구나 등등 추측한 내용과 자막을 비교해 보면서 잘못 들은 내용을 바로 잡는다.


4단계 〉〉 Word Guessing


 “it’s going to be too detrimental for the kids”

‘deserment’로 들 렸던 ‘detrimental’. 모르는 단어다. 문맥을 보고 뜻을 유추한다. 아이들에게 안 좋다는 말 같다. 뒷부분이 ‘mental’인 것을 보아 정신적으로 안 좋다는 말인가? (실제로는 mental이란 것과 관련이 없다). 충분한 Guessing을 하였다면 영-영사전을 찾아서 뜻을 확인해도 좋다. 자신이 유추한 뜻과 사전의 풀이가 일치할 때의 그 쾌감이란!


아래와 같이 영화 대사, 나의 추측, 영영사전 풀이, 예문 등을 단어장에 정리해 놓는다. 나중에 단어장을 훑어보면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그 단어가 자기 것이 됨과 동시에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단어가 된다. 그냥 한국어 뜻과 함께 암기한 단어는 실전에서 절대 써먹을 수 없다. 암기한 단어는 시험 볼 때에나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Nicolas Cage: It’s too detrimental for the kids.>

나의 추측: detrimental – something mentally bad. 정신적으로 안 좋은 것
영영사전: detriment – the condition of suffering harm or damage
예문: smoking is detrimental to health



5단계 〉〉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


영화 속의 속도대로 큰 소리로 발음을 해 본다. 창피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이 직접 연기를 해 본다.


<중요> 영화 속의 속도대로 따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빠른 속도로 말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이 그 속도로 말할 줄 아는 것이다.

둘째, 실제 대화 속도로 따라 해야 우리말 음절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영어를 들을 때에 우리 음절 구조에 맞춰 듣고 말할 때도 우리 음절 구조대로 말하려 한다.

 ‘Advocate’이라는 단어를 보자. 한국식 발음으로 명사로는 [어드버킷], 동사로는 [어드버케이트] 이렇게 발음을 할 것이다. 그러나 ‘A=어, d=드, vo=버, cate=킷’ 이런 식으로 연관 지으면 안 된다. 실제 발음은 그것과 거리가 아주 멀다. 발음상 음절은 4개도 5개도 아니다. 명사로 쓰일 때에는 [AD vuh kut], 동사로 쓰일 때에는 [AD vuh kayt]로 발음이 되고 둘 다 발음상으로 3음절이다. 영화에서 발음하는 실제 속도대로 따라 하면 ‘어・드・버・케・이・트’ 이렇게 발음하고 싶어도 못한다.


6단계 〉〉 Tagline 선정하기


Tagline이란 영화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짧은 슬로건이나 문구를 말한다. 영화 홍보 자료에 주로 사용된다. 몇몇 아카데미 수상작의 Tagline을 예로 들자면,


Schindler’s List: Whoever saves one life, saves the world entire.


Forrest Gump: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Crash (2004): You think you know who you are. You have no idea.


잠시 영화 홍보 담당자가 되어서 Tagline을 만들어 본 후 실제 Tagline과 비교해 보는 것은 또 하나의 Guessing Game이 될 수 있다. 나는 <The Weather Man>에서 Micheal Caine의 대사 중 하나를 Tagline으로 선정해 보았다.


’Easy’ doesn’t enter into grown-up’s life.


한국어로 의역을 해 보면, ‘쉽다’는 어른 사전에 없다. 마치 영어 공부를 할 때의 우리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나니 쉬운 게 없다.


http//www.imdb.com에서 각 영화 소개 페이지로 가면 Tagline들이 나와 있다. 여기에 나와 있는 Tagline과 내가 선정한 Tagline을 비교해 본다. 만약 영화를 이용해 그룹 스터디를 한다면 영화 대사 내에서 각자 선정한 Tagline을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진행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재미 삼아 영화의 평점을 매긴다. 내가 매긴 <The Weather Man>의 평점은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3개. ★★★☆☆.


1단계에서 6단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영화 한 편 당 8시간에서 최대 12시간이다. 너무 길게 끌지 말고 10시간 이내로 끝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매일 1시간~2시간 투자하여 1주일에 1편 정도를 끝낼 수 있다.




위에 소개한 방법은 영화/미드/영드를 보면서 "생각하기"를 통해 영어를 나의 언어로 만드는 방법의 기본 뼈대를 제시한 것이다. "사고(추론, 추측, 상상, 감상)"하는 과정이 빠진 영어 학습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원칙만 지키면서 자기 나름의 방법대로 응용을 하면 좋을 것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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