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Nov 30. 2018

주말 나들이로 떠난 산정호수

                                                                                                         

만추의 모습은 뿌연 미세먼지에 가려진 채 마치 미로를 헤쳐나가듯  차가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며칠 동안 김장하느라 파김치가 된 마누라를 위해 나선 길이다. 지루함에 지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어느새  일동 온천.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물은 좋은 것 같은데 시설이 많이 낙후되었다. 하긴 아이들 어렸을 때 다녔던 곳이니...  
며칠 전 먹방 TV 보면서 내가 갈비 먹고 싶어 하던 것을 기억한 남편이 택한 코스다. 집집마다 방송을 타지 않은 식당이 거의 없었으나 갈비맛은 그냥...


푸른 소나무 사이로 말라버린 갈색 이파리를 하나 둘 떨어뜨리고 있는 나무들은 이미 겨울도 문턱에  왔다고 알리고 있다. 멋들어지게 뻗어나간 소나무 가지와 쓸려나간 흙 때문에 그 모습을 거의 드러내고 있는 나무뿌리들, 철 지난 놀이동산에서 들려오는 유행가 소리는 산정호수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지만 말없이 같이 걸어주는 남편이 곁에 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으나 혼자 김장을 해 본 적이 없다. 올해부터는 연로하신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각자 해 먹기로 한 후, 길을 가다 보면 배추 알타리 파 마늘들 만 보이기 시작했다.
"절임 배추 몇 박스 하실 거예요?"
"....."  
혼자 사는 언니, 남동생, 시누이, 친정 올케 남편 친구의 얼굴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배추 4박스 80킬로그램, 알타리 20단 주문을 했다. 원~ 김치만 먹고 살려나! 그에 따른 젓갈이며 고춧가루는 또 얼마나 사들였는지.... 지난 주말에 김장을 하기로 했었기에 지난달 이미 초벌 김장으로 무타리, 배추, 동치미까지 담아 아직 익지도 않은 상태에 또 이만큼 벌인 것이다.  

모두 출근하고 혼자서 알타리를 담던 날은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 도리어 절임배추로 배추를 담던 날은 딸도 큰 시누이도 도와주어 그다지 힘들지 않았으나 늦게 귀가한 남편과 큰 딸의 손에는 에미가 좋아하는 콜라병이 손에 각각 들려 있었다. 김치냉장고 두 개를 꽉꽉 채우고도 남은 김치는 시누이 네로 동생네로 또 친정 올케 네로 조금씩이나마 나누어 주고 나서야 냉장고가 겨우 숨 쉴 공간을 찾게 되었다


잔잔한 호수에  멋진 데칼코마니를 만들며 비치고 있는 명성산을 한참을 바라본다. 올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는 몰라도 옆에 든든한 짝지가 있고 겨울 준비를 끝낸 주부에게는 더 이상 걱정거리가 없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 담그고 배부르게 먹고 쾌적한 산책까지 마치고 오는 귀가 길, 엄청 막혔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식물원으로 나들이 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