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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2. 2020

진득한 갯벌과 붉은 칠면초로 가득한 시흥 늠내길

언택트 관광지

가을이면 검고 진득한 갯벌은 붉게 변한 칠면초와 함초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이나 순천만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장면을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려가 만날 수 있는 곳이 시흥 늠내길이다. 바닷물이 육지 깊숙이 들어와 소금을 만들던 145만 평가량의 소래 염전 지역에 꾸며진 갯골 생태공원부터 서해안로의 방산대교 옆에 설치된 자전거 다리까지 돌아오는 길에서 만나는 넓고 넓은 붉은 물결의 끝에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아파트와 건물들이 성냥갑처럼 보여 이곳이 도심 임을 확인하게 한다.



2012년 2월 국가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갯골 생태공원은 옛 염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고 잘 가꾸어져 있어 가족 단위로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도 있다.  벌써 입소문이 났는지 작지 않은 주차장에 주차하느라 오랫동안 기다렸기에 부딪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까 싶었으나 공원 호수 근처만 사람이 조금 모여 있을 뿐 자전거 다리까지 돌아오는 길에는 오직 바이커들만이 가끔 보였다. 

 


코로나로 수상자전거는 운영 정지 중



생태공원 가운데 만들어진 잔잔한 호수는 멋진 구름을 그대로 비춰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다.  소금을 만들어내는 염전과 소금창고가 있는 독특한 염전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기함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나, 짧게 재현된 철길 위의 소금 가마니는 일제 강점기 때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이 수인선 경부선 열차와 부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뼈 아픈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소금창고



코로나로 입장이 불가한 소금놀이터 끝에 아쉬워하며 바라보는 아이들과 부모. 도대체 코로나는 언제쯤 끝이 나려나...


갯골 생태공원의 클라이맥스는 흔들 전망대로  5 개 층의 전망대를 돌고 돌며 오르다 보면 어질어질하다. 게다가 흔들림이 10.741mm로 허용치(42mm) 안으로 시공되었다는 전망대는 흔들거리기까지 한다. 시원한 바람 만끽하며 멋진 갯골의 경관도 보고 스릴까지 느낄 수 있다.  






보행약자는 생태공원 근처만 돌아보며 즐기고 가도 충분하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붉은 칠면초를 보고 싶은 사람은 자전거 다리까지 다녀오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바이커들을 위해 조성해 놓은 듯한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넓디넓은 염생식물 가운데 펄이 두툼하게 쌓인 갯벌의 모습이 장관이다. 



중간쯤 만나는 갈대 탐방로는 아직은 푸릇푸릇하나 가을이 깊어지면 또 다른 풍광을 만날 수 있겠다.

갈대밭 가운데는 솟대가!
중간 중간에 마련된 쉼터


깊은 곳에 고인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천수답으로 퍼올리는 재래식 양수 시설인 용두레



예전부터 방죽 논 간척지를 바라지라 했는데 척박했던 시흥 갯골 땅을 일구던 시흥시민들의 땀과 눈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중간에 세워진 다리 이름이 바라지 다리(순우리말로 돌보다 돕는다 기원한다는 뜻)다. 


바라지 다리

포동 펌프장과  철새 관측대를 지나는 사이사이 파란 하늘 때문인지 더욱 붉어 보이는 칠면초의 향연에 자주 걸음을 멈추게 된다. 




자전거 다리는 새벽 일출과 저녁 일몰 무렵 소래포구의 빌딩을 배경으로 진득한 갯골에 세워진 커다란 자전거가 물에 투영되는 독특한 모습을 담고자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던 곳이다. 자전거 다리는 미생의 다리라고도 하는데 '미생'이란 대마의 삶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의 바둑용어로 시흥시의 슬로건인 '미래를 키우는 생명도시의 의미'를 담았다. 이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갯골에 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으나 다리 건설로 한 바퀴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일몰 무렵의 자전거 다리






두 발로 걷는 사람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교차하는 길에 아카시아 나무가 길게 줄지어 있어 봄에 오면 향기마저 그윽하겠다. 바이커들은 속도감은 느낄 수 있겠으나 이 아름다운 풍경을 꼼꼼히 볼 수 있으려나?




시흥시의 걷기 코스로는 숲길 갯골길 옛길 바람길이 있는데 그중 갯골길을 늠내길이라 한다. 늠내란 시흥의 옛 지명을 우리말로 풀이한 것으로 '뻗어 나가는 땅' '넓은 땅'을 뜻한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보다 훨씬 정돈된 공원과 주변에 많은 아파트가 들어서 성장한 시흥시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의 갯골이 그대로 남아있어 반가웠다.



염생식물을 보는 것 외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게 종류와 메뚜기까지 볼 수 있어 자연 생태 교육도 되고 인근에는 연꽃 테마파크와 관곡지 물왕저수지 시화 방조제 등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외출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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