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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꼭 가봐야 할 공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by 마미의 세상

"왜 이 꼭대기에 성을 지었죠?"

몇 년 전 공산성에 처음 왔을 때 해설사에게 던진 나의 무식한 질문이다. 백제 유적지를 보려면 최소한의 역사 공부라도 하고 갔어야 했다.


L1006636_1.JPG 공산성의 입구가 된 금서루


위례성에서 공산성으로 오기까지

B.C. 18년 온조가 건국한 나라 백제는 지리적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는데 유리하고 토지가 비옥한 한강유역에 자리 잡았다. 수도는 '한성'이고 '위례성'이라는 성도 있었으나 그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고분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 석촌동 가락동과 가까운 몽촌토성을 하남 위례성으로 추측하고 있다.


21대 개로왕은 왕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무리하게 궁궐을 쌓다가 국가재정이 무너지고 백성들은 궁핍한 생활을 지속하게 된다. 기회를 엿보던 고구려 장수왕은 475년 백제를 침략하였고 한성은 고구려군에게 함락당하고 개로왕은 죽게 된다. 이에 문왕 원년에 한성에서 이곳 공주로 도읍을 옮겼다.


L1006642.JPG 금서루 아래에는 공주지역의 비석을 모아놓았다.
AAA.JPG 공산성 앞에는 지난 9월, 새롭게 백제 중흥을 이끈 무령왕 동상이 세워졌다. 또한 무령왕릉 발굴 50년, 갱위 강국 선포 1500년을 맞아 올해를 '무령왕의 해'로 선포했다.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인 공산성

차령산맥이 있고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강이 흐르는 야산에 단아하게 지어진 성벽이 공산성이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100여 미터의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지어진 성벽의 유연한 곡선이 특히 아름답다. 고구려로부터 쫓겨와서인지 공산성은 적군을 방어하기에는 완성 맞춤이다. 천혜의 요새였던 공산성은 문주왕과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에 도읍을 사비(부여)로 옮길 때까지 64 년 간 백제의 왕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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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정에 오르면 금강과 공주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지난번 이곳을 찾았을 때는 완연한 늦가을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바람이 슬쩍 불기라도 하면 바짝 말라버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 아찔하고 황홀했던 잔상은 성벽 저 아래까지의 높이 때문이었는지 우수수 쏟아지던 단풍잎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올해는 너무 일찍 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덕분에 곧 재현될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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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공산성


한 두 번의 오르막길을 빼고 나면 나머지 길은 그저 평평하다. 임진왜란 때는 승병 합숙소요 광해군 때는 승장을 두어 전국 사찰을 관리했다는 영은사도 보고, 만하루와 연지도 살펴보고, 쌍수정을 바라보며 이괄의 난 때 피난 온 인조의 고민도 느끼다 보면 평온하게 성곽길을 걷는 오늘이 더욱 감사할 뿐이다.


F.JPG 만하루와 연지. 만하루 안쪽에는 넓은 평지가 있고 왼쪽에 영은사가 있다.


Z.JPG 강에 있는 미르 섬은 공산성의 성곽이 용의 형상과 같아 순우리말인 미르를 붙였다 한다.


L1006691.JPG 날씨는 추워졌지만 아직은 푸른 공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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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수정과 진남루


미르섬에서 보는 공산성

공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금강에 금강신관공원이 있다. 여름내 무성하던 대부분의 꽃들은 져버리고 가을의 상징인 코스모스가 맞아준다. 중부지방의 중요한 수로교통과 내륙교통의 거점 역할을 하던 공주는 1930년에 강물의 수량 증감에 대응할 수 있는 배다리를 건설하였다. 금강에 남아있는 나무 흔적은 1933년 금강 철교가 가설되기 이전의 옛 다리 가설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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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섬에서 바라본 공산정과 영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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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관공원에서 미르섬으로 가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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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교 아래에는 옛 다리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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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즐거움, 미디어 아트쇼

저녁이면 금서루에서 미디어 아트쇼가 열린다. 금서루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성안에도 대형 연꽃과 화려한 천으로 만든 터널 등을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특이한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데 24일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L1006732.JPG 금서루의 미디어 아트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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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북루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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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정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가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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