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난 내가 독립심이 강한 사람인줄 알았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고향으로 가셨다.
남자친구는 출장을 가서 곁에 없다.
회사까지 그만두고 보니
내가 얼마나 의존적인 사람인지 알게 됐다.
평소에는 일에 의존했고
퇴근 후엔 남자친구에게 의존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잠에 의존했다.
사람이 할 일이 없어지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혼자 있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혼자일 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앵커링(Anchoring)이라는 말 알아? 닻을 내려서 단단히 고정된 무언가를 두는 행위? 그런걸 말하는건데 내가 좋아하는 말이거든.
혼자 멀리 내려와서 살다보면 삶이 진짜 헛헛하고 너절하고 연약하고 그렇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 때 마음 한가운데에 말뚝을 하나 박아넣는 것처럼 망치질 하는 상상을 해. 그 말뚝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닻이 있으면 바람이 불고 해수면이 일렁여도 내가 떠내려가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불안에 영원히 잠식되지 않을 수 있다, 뭐 그런 마음이 들어.
나도 그 닻이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다 사라져도 나를 견딜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하나가 뭘까? 내 삶은 무엇으로 지탱되는 걸까? 생각을 많이 해.
‘사실은 그걸 찾아나가는게 인생 아닐까’라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