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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라슈

안트베르펜

by 혜령


숙제가 되었을까.

파트라슈를 부르는 네로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친구 아로아와 웃으며 거닐던 그 길이 여기 어디쯤일까. 감정과 물질의 궁핍보다 더 추웠던 것은 절망이 아이의 힘보다 더 세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편견과 몰이해 속에 냉대받는 시간이 늘 겨울로 아이의 삶에 존재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천진한 소망은 늘 거리의 낙엽처럼 떨어지고 구겨지고 부서졌다.

혹독한 겨울보다 더 추웠고 아팠던 아이의 마지막에 체온을 의지하던 파트라슈는 수호신이었을까. 보도블록 밑에 누워있는 모습이 더 애처롭다.

동화에 함몰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걸음을 옮긴다.

햇살 속으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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