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티브에서 기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깐느가 있다. 영화제로 유명한 이곳은 역사의 천정도 붉은 카펫의 이미지다. 깐느역을 나오면 밝고 화려한 거리가 해변까지 연결되어 있다. 명품과 유행을 느낄 수 있는 구두와 소품들이 즐비하다. 쇼윈도 구경으로 이미 영화 한 편을 본다.
남 프랑스의 해변이 그렇듯 번쩍이는 요트의 행렬을 지나 영화제의 꽃이 되는 레드카펫을 발견하다. 상장적인 장소이기도 해서 내가 아는 인물이나 나를 그 그림에 끼워 넣어 사진을 남기고 싶지 않다. 영화의 환상은 그대로 남는 것이 좋으니까.
해변으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크고 작은 분수와 예쁜 식당들로 아기자기하다. 시계탑이 보이는 해변 끝으로 가서 보고 싶었던 벽화를 만났다.
알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들이 창을 하나씩 차지하고 인사를 한다. 반가워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이 벽화가 보고 싶어 나는 깐느를 택했다.
벽화가 그려진 건물 뒤로 언덕길을 오르면 작은 성이 보인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점점 넓게 드러나는 깐느의 얼굴이 소박하다. 화려한 신도시를 두고 작은 언덕에 기대어 선 마을이 더 참하고 곱다.
시계탑을 세워둔 성당을 돌아 꼬마기차가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전망대에 오르는 사람들을 피해 깐느의 알파벳이 저녁이면 빛을 낸다는 자리로 찾아갔다. 명당 벤치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비둘기며 갈매기 텃세에 곧 일어나야 했지만 멋진 시간이었다.
골목마다 아이스크림 가게며 개성 있는 소품가게가 숨어있다.
숨은 그림 찾듯이 돌아다니다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을 발견했다. 이제 막 장을 파하는 사람들의 소란함과 물청소로 습해진 주변의 공기에 사람냄새가 풍성하다. 욕심나는 고기와 야채, 꽃과 과일들이 치워지고 올리브 가게 사장님은 아직 손님을 기다리는지 물건 손질이 한창이다.
뜨거운 햇살을 헤치며 걸었더니 갈증이 나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
레몬과 페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먹었다. 이 순간은 오래 추억의 한 장으로 남을 것을 안다.
느긋한 휴양지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옷차림(나는 국토 대장정을 할 정도의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다녔다) 의 동양인에게 눈길을 주고 때로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인심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