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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목의 최후

나무와 넝쿨

by 혜령

그림자처럼 왔다

너는.

처음에는 한 발만 살짝 걸치며

쉬어가겠다고 했다.

물을 나누어 마시고 내 아름드리 둥치아래로 뿌리를 내렸다.

내가 늘 보는 높은 하늘 붉은 태양

한 번만 보자고

나를 타고 할퀴며 올라왔다.

숨이 막힌다고 말하니

타고난 거 나누지 못하냐고

이기적이라고 한다.

공평하게 나누자고 한다.

끝내 내가 말라죽고 너는 하늘과 태양을 차지했지.

새들과 바람이 경고하던 결과였어.

너는 나인 양 내 주검 위에서 의기양양하게 살았.

하지만 내 몸이 으스러지며 너의 추락은 기필코 도래하고 말았지.

그 높이 그 크기는 너의 것이 아니었으니.

너를 고발한다.

신과 바람과 태양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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