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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august Aug 19. 2022

#11 좋은 부동산 나쁜 부동산

집 볼때 나무까지 봐야 한다고?





 호주에서 집을 사고 보니 내가 미리 듣고 살폈던 조건, 그리고 미쳐 살피지 못한 조건들이 좀 정리가 되었다. 사기 전부터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한다면) 눈여겨봐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비전문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길 부탁드린다. 주변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것들도 있고 내가 자가를 소유하고 살아보면서 느낀 것들도 있다. 우선순위라기보다 생각나는 대로 한번 써 내려가 보려 한다. 집을 잘 보는 엄청난 방법이라며 사람들을 유혹하려는 글이 아닌, 알아두면 좋을 상식? 아니면 (조금이나마) 참고 정도가 되었으면 하는 글이다. 혹은 재미도 좋다. 그렇게 가볍게 봐주셔도 무방할 거 같다.


1. 예산이 가능하다면 (웬만하면) 하우스를 살 것.


 호주의 주택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땅(한 필지)에 지어진 단독주택(house), 나뉜 땅에 지어진 주택(town house or unit), 그리고 큰 하나의 빌딩에 여러 세대가 모여있는 apartment.

투자 수익을 따지면 house가 대출 폭도 크고 나중에 집값 상승률도 높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어느 지역 어느 위치냐에 따라 또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같은 지역 같은 위치라면 house를 사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house를 사야 하나. 일단 땅이 커야 한다. 그리고 모양도 예쁜 게 좋다. 땅 모양이 네모 반듯하면 베스트이고 어쨌든 600 스퀘어미터 정도는 넘어야 나중에라도 이 땅을 나누어 집을 또 지을 수 있는 사이즈가 된다. 이렇게 땅을 나누어 다시 집을 짓는 것을 subdivision이라고 한다. 최소 600 정도 사이즈를 넘어야 subdivision 건축 허가가 난다. 지역마다 허가 기준이 또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600은 되어야 두 채의 집을 지을 수 있다.



1-1 집 밖도 자세히 살필 것

하우스 구매를 전제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하우스는 볼 것이 정말 많다. 집 앞에 큰 고압의 전신주가 있으면 나중에 건축을 하거나 할 때 큰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큰 나무도 없어야 좋다. 나무가 집에 있을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고 베어내야 하는데 나무가 큰 고목나무일 경우는 허가를 잘 내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건축을 할 수 있는 범위가 현저히 줄어든다. 하우스는 오래된 집이 많다. 특히나 한 필지에 지어진 집은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1980년대 이전에 지어진 집은 석면을 쓴 집들도 많다. 이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석면은 사는 도중에도 몸에 엄청 안 좋지만, 나중에 재건축할 때 집에 석면이 있을 경우 정말 골치 아프다. 호주는 석면 제거 공사를 할 때 지역에 허가를 받기도 해야 하고 엄청난 돈을 주고 폐석면을 폐기처리를 해야 한다. 집을 살 때 파이널 인스펙션이라고 마지막으로 집을 보러 가는 날이 있다. 이때 빌딩 인스펙션을 해야 한다. 전문가를 불러서 이 건물에 대해서 확증을 받는 건데 그때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심각한 하자 같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가 있거나 집을 사고 싶지 않다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데, 계약 파기는 내가 conditional로 집을 구매하겠다고 했을 경우만 해당한다. 호주 부동산 매매시장은 경쟁이 세서 all cash / unconditional 조건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 전부 캐시로 살 거고 어떠한 조건도 걸지 않고 집을 사겠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도대체 뭘 하는 사람들일까?)에게 죄다 집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우리는 을이었다. 조금이라도 집주인 마음에 들게 해야 했다. 계약 조건은 무조건 unconditional로 적어냈다. 집에 문제가 있어도 그냥 사야 하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아주 깔끔한 조건이다. 버짓이 여유가 있고 정말 괜찮은 집을 사고 싶다면 이 부분은 꼭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이 코너에 있는 집이면 나중에 두 채로 지을 시 드라이브웨이를 두 군데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있다. 하지만 회전교차로가 있는 코너 집은 피해야 한다. 재건축을 하지 않더라도 집 앞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2. 4 bedroom 2 bath 1 or 2 parking 구성

 물론 이런 구성은 집 매매 가가 높긴 하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렌트를 내놓거나 다시 되팔 생각을 하면 이 구성이 주당 렌트비도 높을뿐더러 가족단위로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우리도 한국으로 돌아올 때 호주 집을 렌트로 내놓고 세입자가 빨리 안 구해지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집은 빨리나 갔다. 워낙 멜버른 하우스가 부동산에 비해 수요자가 많기 때문에 렌트 공실은 걱정 없다. 하우스의 장점이다. 가족단위의 세입자들은 많은데 하우스는 많지 않기 때문에 세입자끼리도 경쟁이 있다. 17명의 팀들이 우리 집을 보고 갔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 집은 3 bedroom 1 bath 2 parking이다. 이 구성에도 세입자를 찾기에 어려움은 없지만 받을 수 있는 렌트비가 주당 50-100불 정도는 차이가 난다. 그리고 내가 직접 살아보니 화장실 1개는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아이가 있다면 방도 4개는 되어야 생활이 여유롭다. 그래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멀리서 상시 언제라도 놀러 올 가능성이 있다면 4 bedroom 2 bath 1 or 2 parking을 1순위로 놓고 집을 보는 것도 괜찮다.




3. 집의 위치

지역은 굉장히 중요하다. 한 번 집을 사면 그 지역은 거의 10년은 벗어나기 힘들다. 나중에 아이의 학교 학군까지 생각하면 이왕 집을 살 때 학군도 고려해보는 게 좋다. 학군에 대한 열정은 호주에도 있었다. 어딜 가나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래서 주변에 자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군에 맞추어 자가를 렌트로 내놓고 다른 곳으로 렌트를 얻어 나가는 학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보었다. 그리고 학군이 좋은 지역은 집값이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유입해오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 우리는 사실 처음 집을 살 때는 임신 계획이 없었고 돈이 너무 없다 보니 학군은 신경도 못썼고 오로지 가격만 신경 썼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바닷가. 바다와 가깝고 싶었다. 하지만 바다와 가까운 곳은 거의 다 비싸고, 멜버른 시티에서부터 밑으로 밑으로 상당히 내려와서 있는 남쪽 바다 근처 지역을 선택했다. 그래서 시티에 나가려면 1시간은 잡고 나가야 하고 근처에 마트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쇼핑다운 쇼핑을 하려면 차 타고 30분은 가야 한다. 좋았던 것은 차를 타고 10분만 가면 바닷가가 있다는 것. 그러나 몇 번 해수욕을 다녀보니 그마저도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집을 살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집을 거주할 목적이라면 집의 위치는 생활 반경을 잘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물론 버짓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천만 원 차이라면 영 끌을 해서라도 좀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집을 고르는 게 좋다. 우리는 바닷가를 중점으로 두었지만, 나중에 살아보니 주변에 걸어서 지하철 역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서 역세권, 역세권 하는가 보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아, 그리고 투자적인 것 말고 치안적인걸 얘기하자면 범죄율이 높은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당연히 피해야 할 것이다.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같은 조건에 집 컨디션도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집값이 싸지? 하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우범지역일 경우가 많다. 지역 범죄율에 대해서는 지역 사이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검색해볼 수 있지만, 가장 좋은 필터링을 제공해주는 곳은 호주지역맘 카페이다. 호주에 거주하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고, 가입하는 것도 굉장히 까다롭지만 굉장히 고퀄리티의 부동산 정보들을 댓글에서도 얻을 수 있다.

호주에 이민 가신다면 꼭 커뮤니티를 잘 이용하시기 바란다.



4. Auction 보다 For sale

호주 부동산 매매에는 한국과 정말 다르게 옥션(auction)이라는 장르가 있다. 집주인이 제시한 가격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있지만 옥션이라고 해서 수요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은 가격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매물이 올라온다. 한국의 경매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호주에서 옥션으로 나온 집들은 인기 매물이다. 누가 봐도 컨디션이 괜찮고 지역, 위치, 투자에도 좋은 모두 노리고 있는 매물일 경우가 많다. 이런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옥션 하는 날 집값이 1억 이상이 올라가기도 한다. 해외 갤러리에서 하는 작품 경매처럼, 집이 그렇게 거래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옥션에 참여했던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국인 때문에 상대가 안된다고 했다. 심장만 졸리다가 온다고... 첫 비딩 된 가격의 20% 이상까지 생각해야 하고 그 금액을 현금으로 낼 수 없다면 for sale이라 나와있는 매물을 사는 것이 심적으로나 재정상으로나 안전하다. for sale은 옥션을 진행하지 않고 집주인이 제시한 가격선에서 집주인과 상의하에 합의가 되는 가격으로 매매가 진행되는 건이다. 이건 옥션처럼 현장에서 집값을 계속 경쟁하며 올리는 전쟁을 방불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경쟁이 붙는다면 어쨌든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갖게 되는 건 역시 마찬 가지이다. 그래도 옥션보다는 가격 경쟁이 심하지 않고 비등비등한 선에서 해볼 만하다.






 우리는 처음 보러 간 집을 덜컥 샀지만 나름 그래도 알아보고 골랐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중에 후회하긴 했다. 조금 더 알아보고 다른 집들도 좀 보러 다니고 여유를 갖고 살걸... 하지만 여유를 부렸다면 아마 대출규제의 피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라고 위로했다.) 그래도 빠꾸 없는 시원한 결정으로 우리는 빨리 집을 샀고 빨리 고치고 손보고 진짜 우리 집에 우리가 살았다. 살면서 돈이 생기면 하나 사고 하나 고치고. 칠하고 꾸미고. 거기서 예쁜 아이도 낳았다. 가족을 만들어 준 그 집을 우리는 참 사랑했다. 그래서 쉽사리 정리하지 못했다. 렌트를 주고 한국에 왔지만 렌트비는 이자만 커버될 뿐 우리는 다달이 호주 부동산에 줘야 할 수수료(집 유지 관리비 개념)와 집 보험료가 계속 나가고 있다. 집값 역시 우리가 사고 나서 대출규제로 멜버른의 부동산 올라가는 속도가 급속도로 주춤했고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우리의 생각보다 집값이 (상당히 많이) 안 올라줬다. 사실 집은 자산이다. 투자목적이 되기도 한다. 이익이 남으면 남을수록, 돈이 될수록 나에게 이로운 게 맞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내가 살아야 할 곳이기도 하다. 내가 마음으로 아껴줄 이유가 있는 곳이다. 시절인연이라고 그 집이 우리와 인연이 닿아 우리에게 와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큰돈도 좋지만 어느 정도 적절한 수익이 있다면, 내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나에게 가장 좋은 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시 돌아간다면 우린 지체 없이 일단 그 집에 갈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듯. 그때까지 잘 지내길 바란다. 집도 우리도.




햇살이 좋았던 우리 집 거실
이사하고 2년 만에 액자도 달아본다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데크와 지붕



우리 집에 코알라가 찾아왔다



우리 집 뒷마당에서 홈카페를 열었다



집 근처 자주 갔던 비치. 멀리 멜버른 시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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