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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Aug 01. 2019

20대가 쓰는 종합병원에 대한 단상

내 하루의 편린들 9

by 선연


    종합병원엔 사람이 참 많다.



    어찌 된 판인지, 어찌 이리 많은 것인지, 여기'만' 병원인가? 싶을 정도로 그 많은 의자들 위엔 환자들이

수납·접수창구도, 기록·증명서 창구도, 채혈실도, 엘리베이터도..

 



의사가 아직 출근하기도 전에 

간호사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환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기다린다.







    내가 진료받는 의사 선생님은 늘 예약이 꽉 차있다.



    이러한 경우, 대기를 받으려면 당일 아침 8시 30분까지 병원에 와야 한다. (순서를 빨리 받기 위해 병원에 일찍 온다. 늦게 오면 접수 조차 못 받을 수 있다.)



    대기는 접수처 기계에서 번호표를 받아 8시 30분, 접수처 직원이 띵동 번호표를 울리며 순서대로 사람을 불러 접수를 받는다.



    접수처에서 외래 접수증을 받고 9시, 과 데스크 간호사에게 제출하면 예약자 중간중간에 당일 접수자를 끼워준다. 



    원래 진료는 오전 9시 시작이지만 의사 선생님이 회진 다녀오시고 9시 15분부터 진료를 본다고 간호사분이 귀띔해주셨다. 당일 접수자는 기본 1시간 30분 대기이며, 나의 순서는 빠른 편에 속했고 내 뒷사람들은 2시간, 2시간 30분 기다려야 했다. 







    의사 선생님 방을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들을 지켜보니 평균 2분 정도 방에 머물다 나왔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갔다 나오고 문틈 사이로 보이는 선생님은 번번이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고 계셨다. 



    나는 몇 분마다 열리고 닫히는 문틈으로 선생님을 지켜보고 선생님과의 만남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방에 들어가고 2분 뒤면 약 2시간 45분의 기다림이 순식간에 끝인 것이라!



    무료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서 내 이름을 부르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종합병원은 내가 온 매일마다 똑같은 풍경으로 똑같이 바빴고 그걸 바라보는 답답한 내 마음도 그대로였다. 수많은 환자들은 자기 차례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려야 했다. 아픈 것도 서럽지만 기다림의 미덕을 가져야 했으며 소중한 돈은 굉장히 쉽게 빠져나갔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의료복지 덕분에 비싼 커피 한 잔 정도의 가격으로 종합병원 전문의에게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어느 방면으로 보나 종합병원에 오면 내 손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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