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하기 싫은 당신에게

당신의 이유

by 르미오네
© 르미오네


어제 방충망 수리 때문에 집주인을 대리하시는 부동산 아주머니와 수리기사분이 나의 집을 함께 방문하셨다. 나의 집..이라고 할 것도 없이 원룸이라 '나의 방'을 방문하셨다가 오히려 더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아무튼.



이사 후 처음 집에 들어오시는 거라 부동산 아주머니는 자연스레 방을 둘러보시며 "어우~ 살림이 적다"라고 하셨다. 내심 듣고 싶었던 깔끔하다는 말 듣기엔 실패하였으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그 또한 좋은 칭찬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과거 직장 다닐 때 어떻게 출근했는지 참 신기하다. 그땐 새벽 두세 시에 자는 건 기본이었다. 그럼에도 잠은 또 길게 자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을 위해 좋아하는 아침시간까지 잠에게 양보하며 최대한 늦게 일어났다. 그러고선 후다닥 후다닥, 최단시간에 씻고 바르고 입고 챙기고! 엉망이 된 방을 뒤로한 채 나 몰라라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정신없는 출근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의 기분은 뭐랄까, 결이 다르게 더 좋지 않은 기분.

'이렇게 방을 해놓고 나갔네..' 사방에 어지러이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며 자책감과 회의감이 들었다. 또한 약간의 허망함과 죄책감..

아마 그때 내 방은 내 상태와 비슷했을 터이다. 하지만 당시 깊게 인식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으이구.. 싶지만

그땐 퇴근 이후 스트레스와 보상심리로 잠을 자기 싫었다. 잠을 자면 손해라고 생각했다. '나만의 시간은 퇴근 후 지금 뿐이야!'라는 생각이 강했다.

'내일 출근하기 싫어..'라는 마음이 가득하니 몸이 긴장을 풀고 진정되지 못해 잠에 들기도 어려웠다.



한동안은 과거의 내가 안타깝고 연민스러워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그땐 그때의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오히려 과거의 나를 인정하며 수긍한다.

그저 토닥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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