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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05. 2021

내일 출근하기 싫은 당신에게

당신의 이유

© 르미오네


어제 방충망 수리 때문에 집주인을 대리하시는 부동산 아주머니와 수리기사분이 나의 집을 함께  방문하셨다. 나의 집..이라고 할 것도 없이 원룸이라 '나의 방'을 방문하셨다가 오히려 더 맞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아무튼.



이사 후 처음 집에 들어오시는 거라 부동산 아주머니는 자연스레 방을 둘러보시며 "어우~ 살림이 적다"라고 하셨다. 내심 듣고 싶었던  깔끔하다는 말 듣기엔 실패하였으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그 또한 좋은 칭찬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과거 직장 다닐 때 어떻게 출근했는지 참 신기하다. 그땐 새벽 두세 시에 자는 건 기본이었다. 그럼에도 잠은 또 길게 자고 싶어서 잠자는 시간을 위해 좋아하는 아침시간까지 잠에게 양보하며 최대한 늦게 일어났다. 그러고선 후다닥 후다닥, 최단시간에 씻고 바르고 입고 챙기고! 엉망이 된 방을 뒤로한 채 나 몰라라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정신없는 출근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의 기분은 뭐랄까, 결이 다르게 더 좋지 않은 기분.

'이렇게 방을 해놓고 나갔네..' 사방에 어지러이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며 자책감과 회의감이 들었다. 또한 약간의 허망함과 죄책감..

아마 그때 내 방은 내 상태와 비슷했을 터이다. 하지만 당시 깊게 인식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으이구.. 싶지만

그땐 퇴근 이후 스트레스와 보상심리로 잠을 자기 싫었다. 잠을 자면 손해라고 생각했다. '나만의 시간은 퇴근 후 지금 뿐이야!'라는 생각이 강했다.

 '내일 출근하기 싫어..'라는 마음이 가득하니 몸 긴장을 풀고 진정되지 못해 잠에 들기도 어려웠다.



한동안은 과거의 내가 안타깝고 연민스러워 눈물이 났는데 지금은

"그땐 그때의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오히려 과거의 나를 인정하며 수긍다.

그저 토닥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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