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국화빵 그리고 INFJ
팥 좋아합니다. 적당히 덜 단팥
"너 붕세권 살아?" 붕세권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등장한 건지 처음에는 발상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웬걸, 이건 진심이다. 붕세권에 사는 사람이 부러워진 2022년 겨울이다.
길거리에서 붕어빵 파는 곳 찾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내가 사는 곳은 그렇다. 기억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길모퉁이 쪽을 살펴보면 특유의 빨간색이 보였다.
오늘은 마침내, 올해의 붕어빵을 첫 개시해 보리라 결심한 날이었다. 찾기 어렵다지만 아무 붕어빵은 먹고 싶지 않아 매 순간을 참아왔다. 허나 찾아간 자리는 텅 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추웠다. 기상청은 지난주까지 춥다고 했다. 하지만 한주를 넘어 이번 주도 계속 추울 예정이다. 발걸음을 옮긴다. 이젠 이런 걸로 짜증 내지 않는다. 짜증을 내서 무얼 하리. 낸다 한들 달라질 게 뭐가 있으며, 내면 나만 손해인 것을. 그저 현실을 받아들인다. 붕어빵을 먹으러 왔으나 파는 곳이 사라졌다. 끝!
바람이 불었다. 음식점 도전에 실패하면 더 배가 고파지는 심리.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 때문인가.
걷다 보니 가벼워졌다. 역시 걷는다는 건 약보다 낫다.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머리를 그만 써야 한다. 특히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은 말이다. MBTI로 말하자면 INFJ 같은 사람. 이거, 어느 정도 신빙 있는 검사라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움과 경험을 좋아해서 걸으면서도 자주 두리번거린다. 어? 국화빵!
뒤돌았다. 저 집은 계좌이체도 안 된다. 무조건 현금이다. 붕어빵을 사기 위해 뽑아 놓은 현금이 있어 다행이다. 껌과 견과류 등을 파는 매대 집이었다. 국화빵 4개 1000원. 엄청 맛있었다. 무엇보다 따뜻했다.
이상적인 붕어빵을 찾으며 올겨울 단팥빵을 많이 사 먹었다. 단팥빵 안에 든 팥은 차가웠다 당연하게도, 그런데 국화빵의 그것은 보드라웠다. 단돈 1000원에 4개씩이나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감사하며 저 집은 또 찾아갈 것 같다. 열려있을지 모르지만 혹은 텅 하니 사라져 있을지라도 오늘 이 순간 내게 찾아온 국화빵 4개에 감사하며 참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