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밤새 2시간 간격으로 잠을 깨더니 기어이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나고야 말았다.
너무 현실 고증이 잘 된 꿈이라 눈을 뜨고도 한참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꿈이 실제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이끌고 캔들을 켜고 명상 영상을 켰다. 가끔 딴생각에 빠지면 명상에 나오는 말을 듣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몰입하는 에너지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꾸준히 흘려보내고, 원하는 곳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나가야겠다.
차분해진 마음으로 명상을 마치고, 매일 하는 상반신 스트레칭도 했다. 평소에 비해 조급함이 묻어있긴 했지만, 내가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은 다 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토록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었는데 요즘은 안온한 이 시간이, 고요한 아침이 좋다.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꽃병의 물을 갈아주고, 꽃집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대로 줄기를 조금 잘라 주었다. 멀쩡한 줄기를 자르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사각거리는 느낌과 꽃내음이 향기로웠다. 선물로 주신 백합의 향이 이렇게나 진할 줄이야.
명상과 꽃향기로 시작하는 하루.
비가 와서인지 잠을 설쳐서인지 아침부터 정신이 조금 혼미했다.
어떻게 해도 잠에서 깨지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결국 커피를 사기로 했다. 줄이기로 다짐했는데, 결국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은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커피만 마시기는 조금 심심해서 냉동실에서 디저트를 꺼내고, 딸기를 살짝 얹어 꿀을 뿌렸다. 그냥 포장을 벗겨 입으로 욱여넣기 바빴는데, 이렇게 잘 차려먹으니 스스로를 대접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디저트를 먹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려 아침은 열심히 일했다.
오늘은 내내 먹고 싶었던 토마토를 베이스로 한 치즈 샐러드를 해 먹기로 결심했다. 배가 찰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든든한 양이었다. 후식으로 요즘 내가 빠진 딸기와 크림치즈, 꿀도 놓았다. 바질의 향긋함과 치즈의 고소함, 토마토의 식감이 더해져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었다.
처음 해 먹어보는 요리였는데, 꽤나 맛있어서 종종 해 먹을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점심시간.
날씨의 영향인지 오늘은 조금 활기가 덜했다.
동기부여가 될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피티 선생님이 가볍게 던진 바디 프로필이 문득 생각났다. 계획을 세우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강한 스타일이라 최대한 제한적인 시간을 두는 목표는 세우지 않는 편인데, 어쩐 일인지 갑자기 하고 싶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민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눈여겨보던 스튜디오에 문의를 남겼고, 답변이 오자마자 예약금을 넣었다. 요즘 3의 법칙을 잘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곳과 가격비교나, 잡혀있는 약속들, 할 수 있을까 와 같은 물음은 뒤로 하고 정말 그냥 해버렸다.
다행히 내가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가능하여 더욱더 럭키! 절식이나 수분 빼기와 같이 나를 혹사시키는 것보다 내가 가진 신체조건에서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끌어내 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야겠지.
선생님도 인생의 한 번뿐인 기회로 생각하기보다는 맛보기로 한 번 찍고 두 달 정도 후에 더 몸을 만들어 또 찍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아마 나도 두 번 정도를 찍게 될 것 같다.
목표가 생기니 나의 마음에도 활기가 돌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신나는 일이다. 앞으로 내가 이걸 왜 했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 잘 해내고 싶다.
오늘 하루, 내가 선택한 단어는 '용기'였는데, 이것을 위해서였나 보다.
어쩌면 우울했던 날씨가 도움을 준 것일지도 모르고.
우연한 기회로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된 것과 이를 실천할 수 있었던 나의 용기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