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마쓰#0
아무런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저 매일 할 일에 쫓기다 보니 비행기 위에 있었다.
비행기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이것저것 챙겨 왔다.
워크맨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창가를 바라보고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내 여행은 어떨지 상상해 봐야지.
이북 리더기를 주섬주섬 꺼내 들었다.
여행과 관련된 책을 읽고 싶었고, 결국 찾아낸 건 김민철 작가의 무정형의 삶이었다.
작가는 40대 어느 날 갑자기 퇴사하고 프랑스 파리로 2달 살기를 떠난다.
파리와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무모한 듯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나는 어떨까…
초등학생 때부터 일본어와 사랑에 빠져
공부하다가 전공도 하고 유학도 떠나고 일도 시작했다.
일본어를 계속해왔던 것과 여행은 별개였을 터다.
원한다면 어떤 나라도 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여행 목록에는 “일본”밖에 없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답을 알 수 있을까?
답을 찾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이번 여행이 답을 줄 것만 같았다.
워크맨에 이어폰을 꽂았다.
자기 전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애용하는 아이다.
매일 밤 침대에서 굴러서인지 왼쪽에서만 소리가 들렸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구름보다 먼저 비행기가 보였다.
비행기는 차가운 회색이었다.
철판이 하늘을 난다는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철판 덩어리를 엮어서 사람이 이렇게나 타다니.
새삼 신기해지는 일이다.
조금씩 비행기가 높이 날기 시작하면서 몽글몽글한 구름이 보였다.
구름은 비현실적이었다.
멋진 풍경을 보고 생각할 틈도 없이 새어 나온 건 그림 같다는 말이었다.
마치 눈으로 덮인 언덕 위에 올라온 듯했다.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 사이사이로 장난감 만해진 인간 세상이 보였다.
구름 밑에 있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구름이 잠시 덮었을 뿐이다.
모든 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