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선

출근이 싫은 직장인을 위한 글

by 데런

구호선


아홉 번째 갈색빛 배가 들어온다.


신호음이 울리고 밀도 있는 신발 소리가 한바탕 들리면

배는 살짝 내려앉는다.

선상 밖엔 미처 몸을 싣지 못한 사람들의 찡그린 표정과

손목을 확인하는 모습이 보이고,

아슬하게 입선한 사내의 숨소리가

빼곡히 서있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어디로 가는 걸까. 무표정한 얼굴과 고정된 고개.

얼른 타고픈 맘에 이리 밀치고 저리 밀쳐서 빈틈으로 스며들었건만,

불쾌한 구호선은 불쾌한 곳으로 우리를 싣고 간다.


불쾌함은 안전에 대한 대가다.

불쾌함은 그럭저럭에 대한 대가다.

불쾌함은 포기에 대한 대가다.

불쾌함은 무지에 대한 대가다.


하지만 불쾌함은 영양소다.

불쾌함 없인 살 수 없다.

그 불쾌함이 우리를 구호해 준다.

정확히는 불쾌함이 주는 대가가 우리를 구호해 준다.


구호선은 오늘 아침도 불쾌함을 싣고 어디론가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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