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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욕을 잃다.

by 헛된상상

"선생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 회사에 오퍼로 일 하세요?"


20대 초반 참 젊기도 한 사람이 내게 질문을 해왔다. 이 회사에서 어떤 생각으로 일하냐고ᆢ.


하지만 난 그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에게 책임감과 사명감이란 단어가 지워지진 오래였으니까.


지금의 20대 초반 젊은이를 보니까 나의 20대 초반이 생각이 났다. 그때는 내가 세상 최고인 줄 알았고, 뭐든 하면 다 해낼 줄 알았던 패기 넘치던 그럴 때였다. 당시에 주변에서 말하던 나이 들면 고생한다는 말을 믿지 않을 정도로 패기가 상당했고 자신감도 상당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쥐구멍이라고 숨고 싶을 정도였다..


지금 딱 질문을 하는 그 젊은 사람을 보는 듯했다.


내가 언제 회사를 사명감과 책임을 가지고 일했더라? 아마 6년 전일로 생각한다.


30대 초반. 어느 식품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다. 복지 혜택도 꽤 있던 중견회사로 알고 있다. 그래서 평생직장으로 생각해서 지원서를 작성했다.


쫓겨나기 전까지ᆢᆢ면접을 보고 입사 확정일이 날 때 뛸뜻이 기뻤고 좋았다.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며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사내정치판에 희생냥이고, 그 누구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던 장기짝에 희생냥이 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그 누구도 알려준 적도 곁에 다가온 적도 싸우는 법도 몰랐으니까.


그렇게 난 마음이 죽어버렸다. 책임? 사명? 주인의식? 그 딴 거 개나 줘버려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어느 회사에서도 정착하는 게 쉽지 않았다. 좋은 마음으로 나 스스로 그만뒀었으면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잃은 의욕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감도 잃은 지 오래였고 회사에 대한 책임감도 없어진 지 오래였다. 인형처럼 아무 감정 없이 그저 일할 뿐이었다.


-선생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 회사에 오퍼로 일 하세요?


이 질문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말인 거 같다. 꺼진 마음에 촛불은 쉽게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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