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시대에 일하는 법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세차게 달린다.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말 갈기가 펄럭인다. 그런데 이따금 언덕에 올라서는 잠시 달리기를 멈춘 채 뒤를 돌아본다. 그토록 열심히 달리던 이들이 왜 선 것일까?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는가를 보기 위함이란다. 아마 자신이 달려온 뒤안길을 바라보면서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잘 달려왔는가? 너무 말고삐를 움켜 쥔 것은 아닌가? 말이 너무 지친 것은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달려야 할까?” 등. 그러고는 다시 세차게 달린다.
'애자일 회고(Agile Retrospective)'는 인디언들의 이런 모습을 빼닮았다. 팀이 함께 모여 정해진 기간 동안에 수행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잘한 점과 못한 점, 의심이 가는 점을 찾아내서 이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개선을 한다. 이런 개선 사항을 이어지는 작업에 반영을 한다.
‘회고’는 ‘성찰 reflection’, ‘사후 분석(postmortem)’ ‘성찰적 실천(reflective practice)’ 등의 용어로 불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애자일에서는 ‘회고’라는 말이 주로 쓰인다. 흔히 대화를 할 때 업계의 언어를 사용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애자일 방법론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애자일 회고’라는 말을 쓴다.
팀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경험을 한다고 해서 다 학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경험을 성찰을 할 때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
아무런 생각 없이 1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한 사람과 자신이 경험한 것을 되돌아보면서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찾아내서 이를 개선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발전을 하겠는가?
애자일 회고를 위한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가장 손쉽게 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의 5 개의 질문으로 팀이 함께 모여하면 된다. 프로젝트를 짧은 기간으로 나눠서 반복적(이터레이션)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활동 기간이 마무리되는 때 한다. 또는 팀이 중간에 따로 기간을 정해서 해도 좋다.
1) 잘한 것은 무엇인가?
2)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3) 무엇을 배웠는가?
4) 아직도 안 풀린 궁금증은 무엇인가?
5) 향후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할 때는 기술적인 측면과 사람 측면을 함께 다룬다. 예컨대 기술적인 측면으로는 “프로젝트 방법론”에 대해서, 사람 측면으로는 “팀 내에 팀워크”를 들 수 있다.
나는 그동안 많은 비즈니스 과제에 대해 코칭을 하면서 팀들이 성찰하는 것을 도왔다. 이 경험으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안전감이다. 멤버들이 그동안 자신이 잘못한 것을 기꺼이 밖으로 꺼내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잘못한 점을 꺼냈는데 누군가가 “김 과장은 프로젝트 경험이 얼마인데 그런 실수를 하나요”라고 말한다면 이 한마디에 애자일 회고는 길을 잃는다. 다들 입을 다문다.
또 한 가지는 애자일 회고에 나온 것을 실행하려는 의지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 나와도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꽝’이다. 실행이 되어야 “내가 낸 의견이 진짜로 반영이 되는구나”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애자일 회고는 아침에 일을 시작할 때 팀원들과 함께 어제 일을 되돌아보면서 할 수 있다. 또는 주간마다 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금융회사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영업담당들이 모여 이번 주에 자신의 영업 활동을 떠올리며 이 5가지 질문을 한다. 그러면 서로의 지식을 확대할 수 있는 일종의‘학습 조직’이 만들어진다. 물론 개인 혼자서도 이 질문으로 성찰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으로 일기를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애자일 시대에 ‘애자일 회고’ 방법을 생각해 봄이 어떤가?
애자일 회고를 하는 이들에겐 “너는 생각도 없이 일을 하니?”라는 말은 너무도 먼 나라 이야기다.
(임팩트 질문법의 저자, 이태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