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효과
대화 시 전문 용어를 모르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 용어의 의미를 묻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는데도 아는 척 행동을 한다. 물어봤다가는 ‘눈치가 없다는 것으로 낙인찍힐까 봐’, ‘모른다고 하면 주위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할까 봐’라는 생각이 이런 행동을 부추긴다. 말하는 사람이 “질문 있습니까?”라고 해도 “없습니다.”라고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상대방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으흠, 으흠!’ 반응을 한 적은 없는가? 나도 수업시간에 교수가 말하는 내용을 잘 모르면서도 이런 행동을 할 때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람들은 일부러 두리뭉실하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어려운 용어를 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자신에게 익숙한 내용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이다. 상대방이 말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진실된 대화는 어렵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대화할 때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 어떤 개념이 이해되지 않으면 눈치 보지 말고 용기를 내어 질문한다.
‘잠깐만요, 그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라고 물어봐라. “나는 당신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다른 방식으로 말해 줄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미안합니다, 나는 당신의 설명을 잘 못 들은 것 같습니다.”“설명을 잠시 놓친 것 같습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겸손하게 질문을 한다. 명확하게 하고 싶다는 표현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대화가 매끄럽게 흐르게 한다. 묻는 것은 결례가 되지 않는다. 묻지 않고 잘못 행동하면 더 큰 손해를 입는다.
그러나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당신 왜 그렇게 어렵게 설명해요?” “당신 정말 제대로 알고 설명하는 거야?” 이런 문장의 끝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지만 좋은 질문이 아니다. 그저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 질문 형식으로 포장을 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모두 악감정만 불러일으킬 따름이다. 또 한 가지 자신이 가진 실력을 뽐내려는 질문이 아니라 배우려는 순수한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상대방이 잘 모른다는 것을 비웃지 않는다.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도록 말한 당신의 잘못이 더 크다. 물어보면 당연히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모르는 사람을 욕하지 말라 “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욕하라” 게임 회사에 다니는 사원의 말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변덕스러운 세상에서는 ‘모른다’ 라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묻지 않고 아는 척하거나 배우지 않으려는 게 진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오늘날 잘 나가고 있는 아마존의 질문 문화에서 이런 점을 많이 배울 수 있다. 이들은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몰라서 질문하는 행동을 감사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용기 있는 질문으로 인해 그것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질문들을 통해 모두의 이해가 높아지고 서로 간의 오해는 줄어든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아마존의 단골 질문이 있다.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라는 말로 시작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고 대개 상대방은 “그건 사실 굉장히 좋은 질문이네요”라는 말과 함께 대답을 시작한다. 사소한 질문을 던지거나 이미 설명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더라도 질문한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함께 토론하고 명확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
우리 주변을 돌아보라. 참석자들이 다 이해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하지 못했어도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나중에 엉뚱한 결과물을 들고 온다. “어 이게 아닌데…” 이는 얼마나 큰 낭비인가! 용기를 가지고 질문하라.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리고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라.
아마존에서 질문 문화가 꽃피울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질문을 할 때 위협이나 위축감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엄격한 규제나 압력으로 생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현상인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가 널려 있다면 함부로 질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혹시 상대방의 질문에 지나치게 냉담하고 쌀쌀하게 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임팩트 질문법 저자, 이태복)
1.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지음, 한빛비즈,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