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에서 빠져나오기, 제6원칙
부장 5명으로 구성된 팀이 사장이 부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다. 과제는 ‘보상제도 개선 방안’이었다. 팀은 3개월 내에 이 과제에 대한 보고서를 사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사장이 부여한 과제인 만큼 아주 좋은 해결안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팀원들은 미팅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보상제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당신이 이 팀의 리더라면 이 첫 토론을 어떻게 이끌고 가겠는가?
팀원들이 하는 대로 보상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초점을 맞추어 토의를 이끌어 갈 것인가? 아니면 팀의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 것인가?
여러 사람이 팀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할 때 처음에 과제에 대한 충분한 토의 없이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엉뚱한 문제를 푸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팀도 마찬가지였다. ‘과제 방향에 대해 모두들 같은 생각이겠지’ 하고 과제를 진행하다가 한참 뒤에 각자 달리 해석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깜짝 놀라 처음으로 돌아가 허둥지둥 다시 과제의 방향을 잡느라 정신이 없다.
반면에 과제를 잘 해결하는 고수는 멤버들이‘보상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각각 다른 그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반드시 과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질문을 해서 멤버들이 이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었는지 확인한다. 그런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단 둘이 대화를 해도 지식의 저주가 발생하는데 몇 사람이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면 그 상황이 어떨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 지식의 저주가 한층 심해지는 것은 팀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할 때 자주 경험하게 된다.
한 통신회사의 과장은 팀으로 과제를 수행하면서 소통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이런 말로 표현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처음으로 공동 과제를 수행할 때 말 뜻을 서로 잘못 해석해서 고생한 적이 꽤 있었습니다. 분명히 이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 보면 처음에 이해한 내용이 아닌 다른 말을 할 때, 우리는 그야말로 모두 바벨탑* 아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성서에 바벨탑 이야기가 나온다. 온 세상이 한 가지 말을 쓰고 있었다. 낱말도 같았다. 사람들은 의논하여 하늘까지 닿을 높은 탑을 쌓아서 신에 도전하고자 했다. 이때 신은 사람들이 말이 같아서는 못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을 하고 사용하는 말을 뒤섞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했다.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도록 함으로써 하늘 높이 쌓고자 했던 바벨탑이 폐허로 변했다는 것이다.)
팀으로 과제를 수행할 때 흔히 그 이점으로 두 개의 머리가 하나보다 낫다는 것을 든다.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의 머리를 활용하면 더 좋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식의 저주가 끼어들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멤버들이 “꼬끼오”“삐약삐약”“야옹야옹” 하는 식으로 저마다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데 이 의미를 잘못 이해한 채 그냥 넘어가면 결국 팀은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멤버들 간의 오해와 갈등으로 인해 혼자 하느니 보다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할 때 생기는 지식의 저주를 쉽게 날릴 수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한다. 내가 그동안 많은 비즈니스 과제 코칭을 할 때 가장 효과를 봤던 방법이다.
한 줄 테스트는 단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목적을 묻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성취하려고 합니까?” “왜 이것을 하려고 합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서 팀이 과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토의하도록 한다. 당신이 이런 질문을 하고 팀원들을 관찰하고 있다고 해보자. 참가자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하면서 과제의 초점이 점점 명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난 한 참가자는 “이 질문은 매직(마술) 같아요”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팀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를 확인한다. 토의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이 주제에 대해 이해했습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해 모두가 ‘예’라고 답을 하면 우리가 수행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개인별로 종이에 한 문장으로 적게 한다. 적을 때에는 주어, 동사, 목적어가 들어간 완전한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쓴 다음에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쓴 내용을 읽는다. 읽으면서 자신이 쓰지도 않는 내용을 추가해서는 안된다. 쓰여있는 그대로 읽어야 한다. 자신이 쓴 것을 직접 읽지 않고 옆 사람에게 읽게 하면 읽으면서 수정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확인 과정을 거치면 팀원들이 수행할 과제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보상제도개선’이라는 과제를 갖고 팀은 한 줄 테스트를 해보았다. 테스트 전에 꽤 오랜 시간 토의를 했음에도 테스트를 해보니 팀원들의 머릿속에는 각각 다른 그림이 있었다 ‘우리는 금전적 보상 개선 방법에 대해 다룬다.’ ‘복리후생 개선 방법을 다룬다.’ ‘상여금 지급제도에 대해 다룬다.’ ‘비금전적 보상 방법에 대해 다룬다.’ 이렇게 서로 달랐다. 마치눈을 감고 코끼리의 한 부분을 만지고는 자기가 만진 부분이 코끼리의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았다. 이 팀은 팀원 모두의 의견이 일치할 때까지 한 줄 테스트를 몇 번 반복했다. 그 결과 과제를 “어떻게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일 것인가?” 로 재정의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한 번에 일치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팀원들에게 과제를 모두 명확히 이해했는지 물으면 자신 있게 “그렇다.” 고 대답한다. 하지만 한 줄 테스트를 해보면 종종 팀원마다 다른 정의를 쓴다. 같은 자리에 함께 앉아 얘기를 해도 얼마나 동상이몽을 꾸는가를 잘 알 수 있다. ‘한 줄 테스트’ 방법으로 특히 과제 초기 단계에 팀원들이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고 과제의 정의와 방향을 명확히 공유할 수 있다.